"만일 어장에서 모두가 원하는 만큼 고기를 잡게 하고,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자원을 마음껏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도록 풀어 놓는다면,여러분은 이웃과 자신을 파멸시키고 말 것입니다. 출입이 자유로운 어장에서 좋은 상황은 열악한 상황으로 이어지고,점점 많은 배들이 차츰 줄어드는 고기를 쫓으며,점차 많아지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수익을 두고 다투게 될 것입니다. "

1980년 3월,로메오 르블랑 당시 캐나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국해양수산협회 50주년 대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어장을 어민들에게 맡겨 놓으면 모든 어자원이 남획될 것이므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민들에 대해 효과적인 지배력을 발휘할 관리인을 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1968년 개릿 하딘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이후 다수의 사람들이 희소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할 때 예측되는 환경의 악화를 상징하게 된 '공유재의 비극'이 캐나다의 어장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같은 '공유재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나온 처방은 크게 두 가지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또는 사유재산권을 설정해 시장제도에 맡기는 것이다. 학자들은 "공유재의 비극 때문에 환경문제는 자발적 협동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강제력을 행사하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주장과 "공유재의 비극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유재산권 체제를 확립해 공유체제를 종식시키는 것 뿐"이라는 주장으로 맞서왔다.
[책마을] 정부가 개입하면 '공유재의 비극'이 해결된다고?

《공유의 비극을 넘어》의 저자는 시장 아니면 국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자치관리라는 제3의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 엘리너 오스트롬은 '공유재의 비극'이론이 지닌 오류를 밝히고 대안을 제시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인디애나대학 블루밍턴캠퍼스의 석좌교수다.

저자는 1990년 처음 출간한 이 책에서 오랫동안 마을에서 잘 관리되던 산림이 '공유의 비극' 논리에 따라 국유화된 후 충분한 감시인력을 고용하지 못한 데다 감시인력의 뇌물수수 등으로 오히려 산림이 파괴되는 경향이 태국,네팔,니제르,인도 등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음을 지적한다. 또한 어장이나 산림,지하수 등은 사유화하기도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단순히 소유권을 나눈다고 해서 환경 파괴나 자원 고갈을 막을 수도 없다고 설명한다. 중앙정부의 관리나 사유화는 둘 다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서 한 가지 선택만으로는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최적의 제도적 해결책은 외부의 행위자 대신 사용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정교한 장치들이 보다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세계 도처의 사례를 제시한다. 상세한 조업규칙을 만들어 어장을 관리하는 터키의 어촌,방목장을 함께 쓰는 스위스의 목장지대,농사용 관개시설을 공유하는 스페인과 필리핀의 마을 등 수백 년에서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유자원을 잘 관리해온 공동체들이 발전시켜온 정교한 제도적 장치들도 소개한다.

터키 알라니아 어장의 경우 100여명의 어민들이 여러 종류의 어망을 사용하면서 개인별로 두세 척의 어선을 가지고 고기를 잡는다. 어민의 절반은 지역 생산자조합에 소속돼 있다. 그런데 1970년대 이 어장에서는 어민들의 무절제한 이용으로 어민 간의 갈등과 폭력,경쟁에 따른 조업 비용 증가로 위기를 맞았다. 이로부터 10여년의 시행착오 끝에 어민들은 매년 9월 조업할 수 있는 어민의 명단을 작성하고 정교한 규칙 체계를 마련해 문제를 해결했다.

저자는 "공유재 문제에 대해 하나의 정책 처방만 고집하는 분석가들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에 거의 주목하지 않으며 현실을 도식화해 만든 정책은 해롭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가나 시장이라는 해결책이 종종 위험한 것은 그런 해결책을 외부로부터 강요하려는 사람들이 문제의 구체적인 성격을 분석하지 않고 만병통치약과 같은 정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출발하는 실질적인 해법을 보여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