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으뜸기술상] '최우수상' 정인범 창성중앙연구소장
"소재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성공하려면 많은 끈기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연자성 금속분말 코어'를 개발하는 데에도 13년이나 걸렸습니다. "

제3회 으뜸기술상 최우수상을 받은 금속소재업체 창성의 정인범 중앙연구소 소장은 "응용기술 개발 착수에서부터 최종 제품 개발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소장은 1995년 개발에 나섰다. 우선 1000분의 50㎛(1㎛=100만분의 1m)의 금속분말에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하는 절연 물질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 절연 물질을 찾기 위해 미국 일본 등 세계 곳곳을 누볐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6,7개의 세라믹 원료를 섞어 절연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실험을 반복했다. 1999년 드디어 금속 분말을 완벽하게 절연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이후 응용 제품 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정 소장은 "돌이켜보면 최고경영자(CEO)가 과감히 투자하고 기술진을 믿고 기다려준 것이 개발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은 개발했지만 돈이 문제였다. 몇 년간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03년 4월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우수제조연구센터 사업에 선정돼 5년간 25억원의 연구 · 개발(R&D)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민간 자금까지 포함, 총 60억원을 투자한 끝에 2008년 '연자성 금속분말 코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청주대 연구팀의 도움도 받았다.

정 소장은 "이 제품은 휴대폰 넷북 등 모바일 기기는 물론이고 각종 가전제품 등에도 쓰일 수 있다"며 "요즘 각광 받는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에도 수요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전압은 12볼트 정도인데 바퀴를 돌리려면 200볼트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연자성 금속분말 코어'를 이용하면 작은 부피로도 400볼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창성은 이 제품으로 전 세계 자성 코어 시장의 선두업체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정 소장은 "금속분말을 절연 물질로 코팅하고 압축해 둥근 코어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이고 납기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경쟁사 제품에 비해 열손실도 줄였다.

창성은 지난해 코어로 4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8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만 기술개발에 투자한 전체 자금(60억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소장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0년에는 전 세계 10억달러 정도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창성은 연자성 금속분말 코어를 초소형으로 만드는 정밀 전력 부품도 개발하고 있다. 아이폰 등 휴대용 기기에 장착할 전압변환 부품을 1㎜ 이하로 만들겠다는 것.세계 최초로 연말쯤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소장은 서울대에서 금속공학 학 · 석 ·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창성에 입사해 25년 동안 중앙연구소에서 일했다. 정 소장은 "소재 분야에서도 다른 기술과의 융합이 필요하다"며 "고분자 화학 세라믹 등과 융합한 복합 소재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택=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 연자성 금속분말 코어

전자제품의 전력변환 장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다. 전자제품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직류와 교류를 상황에 맞게 바꿔줘야 한다. 전력변환 장치에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놓는 장치가 바로 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