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산업 육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각종 지하자원이 경제발전의 키워드로 떠오르고,그 중에서도 석유와 천연가스는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전쟁시대를 맞아 심해저 에너지자원 확보에 국운을 거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대형조선소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부유식(浮游式) 시추설비(drill ship) 및 부유식 석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제작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도 해양플랜트 산업 전반에 걸쳐 탐사 · 시추 · 설계 · 운송 · 설치 · 운용 · 기자재 등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너무 많다. 이 같은 측면에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육성,그리고 대형조선소와 중소조선소 간의 협력 등 전략적 접근방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경우 육지 및 근해 매장량이 제한돼 있고,향후 40~50년이면 이마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심해 에너지자원 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해양플랜트 산업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 석유 및 가스의 35%가량이 해양에서 생산되고 있지만,이제 근해 부존량마저 점차 바닥을 드러내면서 심해 자원개발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록 우리의 조선소들이 대형 해양플랜트의 제작기술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고 해도 해양자원 개발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기술과 기자재 등은 거의 외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기술은 단지 제작조립산업에 그치고 있어 고부가가치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형 조선소의 제작과 건조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탐사 · 시추 · 설계,해양플랜트 운송 및 설치,기술개발 및 보급서비스 등 해양플랜트 분야를 종합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보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종합적 기술력이 뒤떨어지고 있는 중국만 해도 중국국영해양석유공사를 앞세워 시추용역회사인 COSL(China Oilfield Services Ltd.)사를 설립,시추선만 24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활용해 자국 내 유전은 물론이고 중국에서 확보한 해외 유전의 시추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일본도 MODEC라는 세계적 FPSO 임대사업 전문회사를 설립,일본 국내 석유 사용량의 10~20%를 이 회사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호주와 동남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서 대박을 터뜨려 로열더치셸,BP에 이어 세계 3위의 LNG 생산업체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 역시 대대적으로 엔지니어들을 양성해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의 해양 유전 현장에 파견해 자국 내보다도 더 많은 인원이 해외에서 국부(國富)를 창출하고 있다. 해양플랜트산업은 우리 젊은 이공계 학도들에게 해외의 에너지 탐사 · 시추 · 건조 · 생산 및 운용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는 분야다.

이를 육성하려면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접근이 쉽고 파급 효과가 큰 분야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 이 분야에 비전을 가지고 국가가 3조원 정도만 순차적으로 지원 · 육성한다면 5년 내에 해양플랜트산업의 10여개 분야에서 연매출 300억달러,고용인원 10만명 이상을 창출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한국이 해양강국으로서의 확실한 지위를 얻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우리가 가진 해양플랜트산업의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활성화해 간다면 우리의 비전을 저 넓고 깊은 바다에서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안충승 < KAIST 전문특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