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이혁병 전 ADT캡스 회장 "창의성에 재미 더해 '플레잉 경영'…직원들 열정 깨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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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ㆍ인간개발硏 주최
조찬 세미나 지상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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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T캡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보안회사다. 이혁병 전 회장이 처음 부임한 2002년 3월에는 노사 갈등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 취임 이후 노사 분쟁의 역경을 딛고 8년 연속 고속성장해왔다. 기적 같은 실적을 이뤄낸 비결은 뭘까.
제가 2002년 3월 캡스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노사문제가 심각했습니다. 5월 말 총파업이 벌어졌는데,정규직 2500여명 중 2100명 정도가 노조원이었습니다. 당시 1000명이 넘는 노조원들이 전국에서 상경해 서울 삼성동 본관을 에워싸고 실력 행사를 했습니다. 암담했습니다. 노조원들은 하루도 안 돼 경영진이 항복할 것이라고 계산한 것 같았습니다. 24시간 출동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보안회사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버텼습니다. 1주일 만에야 해산하더군요.
고객은 이미 30% 이상이 이탈했고,평판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도 산발적으로 파업,태업,농성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그해 9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밤샘 협상 끝에 타결됐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그동안 비노조원 20%가 회사를 살리겠다고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해 왔는데,노조원과 비노조원들이 서로 배신자라며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봉합하고 활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다 생각해낸 게 '열정교육'입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열정 · 자기계발에 대한 강의와 팀 빌딩(team building)을 했습니다. 팀 빌딩은 신나고 즐거운 엑스트림 스포츠를 선택했습니다. 5월부터 9월까지 수상스키 · 웨이크 보드 등을 타고 승마를 하고,겨울에는 스노보드 · 스키를 탔습니다. 몸을 부딪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다 보니 활력이 생겼죠.팀 빌딩은 8년 동안 계속했습니다. 덕분에 2002년 9월 이후로는 한 번도 노사 분규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노조원이 전체의 1%,40명이 채 못 됩니다.
제 경영철학은 창의성과 재미가 섞인 '플레잉 경영'입니다. 플레잉 경영은 직원들의 플레이를 보고 플레이어들이 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겁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장점,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와 룰을 마련해주는 것이죠.
플레잉 경영 8년 동안 회사는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먼저 엄청난 성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6년 동안 업황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왔습니다. 제가 처음 부임했을 때 수익률이 10%였는데,작년에 24%가 됐습니다. 지난 3년간 금융 공황도 있었고 국내외적으로 아주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캡스는 2007년 11%,2008년 16%,2009년 14% 성장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3년 동안 국내 경쟁사는 -1% 성장했습니다. 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플레잉 경영을 위해서는 사장이 앞에서 뛰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직원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장이 플레잉하고 직원들이 플레잉하다 보면 고객들도 회사와 함께,또 회사를 위해 플레잉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방법론이죠.저는 매년 4월 전국에 있는 여직원들을 모아 1박2일 워크숍을 엽니다. 올해는 댄스를 보여주기로 하고 열심히 배웠습니다. 워크숍 때 제 춤을 본 여직원들은 '혁병이 오빠'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 회사에서는 행복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이란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사장이 또 하나 챙겨야 할 것은 교육입니다.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신선한 자극을 주려면 교육 같지 않은 교육도 해야 하는데,교육팀에서는 욕먹을까봐 그런 생각을 못합니다. 저는 올해 초 본사 임원 30명과 신입사원 30명을 짝을 지어 홍대 앞을 돌아보고 젊은이들의 문화와 트렌드 등을 느껴보라고 했습니다. 젊은이들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한 현장교육이죠.임직원에게 발레 연습도 시켰습니다. 감성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 훈련이었습니다.
CSO가 뭔지 아십니까. 'Chief Spiritual Officer'(정신적인 지도자)라고 하지요. CEO는 직원들의 영혼을 움직여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뛸 수 있게 잠재력을 끄집어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제가 2002년 3월 캡스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노사문제가 심각했습니다. 5월 말 총파업이 벌어졌는데,정규직 2500여명 중 2100명 정도가 노조원이었습니다. 당시 1000명이 넘는 노조원들이 전국에서 상경해 서울 삼성동 본관을 에워싸고 실력 행사를 했습니다. 암담했습니다. 노조원들은 하루도 안 돼 경영진이 항복할 것이라고 계산한 것 같았습니다. 24시간 출동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보안회사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버텼습니다. 1주일 만에야 해산하더군요.
고객은 이미 30% 이상이 이탈했고,평판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도 산발적으로 파업,태업,농성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그해 9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밤샘 협상 끝에 타결됐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그동안 비노조원 20%가 회사를 살리겠다고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해 왔는데,노조원과 비노조원들이 서로 배신자라며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봉합하고 활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다 생각해낸 게 '열정교육'입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열정 · 자기계발에 대한 강의와 팀 빌딩(team building)을 했습니다. 팀 빌딩은 신나고 즐거운 엑스트림 스포츠를 선택했습니다. 5월부터 9월까지 수상스키 · 웨이크 보드 등을 타고 승마를 하고,겨울에는 스노보드 · 스키를 탔습니다. 몸을 부딪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다 보니 활력이 생겼죠.팀 빌딩은 8년 동안 계속했습니다. 덕분에 2002년 9월 이후로는 한 번도 노사 분규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노조원이 전체의 1%,40명이 채 못 됩니다.
제 경영철학은 창의성과 재미가 섞인 '플레잉 경영'입니다. 플레잉 경영은 직원들의 플레이를 보고 플레이어들이 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겁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장점,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와 룰을 마련해주는 것이죠.
플레잉 경영 8년 동안 회사는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먼저 엄청난 성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6년 동안 업황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왔습니다. 제가 처음 부임했을 때 수익률이 10%였는데,작년에 24%가 됐습니다. 지난 3년간 금융 공황도 있었고 국내외적으로 아주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캡스는 2007년 11%,2008년 16%,2009년 14% 성장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3년 동안 국내 경쟁사는 -1% 성장했습니다. 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플레잉 경영을 위해서는 사장이 앞에서 뛰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직원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장이 플레잉하고 직원들이 플레잉하다 보면 고객들도 회사와 함께,또 회사를 위해 플레잉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방법론이죠.저는 매년 4월 전국에 있는 여직원들을 모아 1박2일 워크숍을 엽니다. 올해는 댄스를 보여주기로 하고 열심히 배웠습니다. 워크숍 때 제 춤을 본 여직원들은 '혁병이 오빠'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 회사에서는 행복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이란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사장이 또 하나 챙겨야 할 것은 교육입니다.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신선한 자극을 주려면 교육 같지 않은 교육도 해야 하는데,교육팀에서는 욕먹을까봐 그런 생각을 못합니다. 저는 올해 초 본사 임원 30명과 신입사원 30명을 짝을 지어 홍대 앞을 돌아보고 젊은이들의 문화와 트렌드 등을 느껴보라고 했습니다. 젊은이들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한 현장교육이죠.임직원에게 발레 연습도 시켰습니다. 감성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 훈련이었습니다.
CSO가 뭔지 아십니까. 'Chief Spiritual Officer'(정신적인 지도자)라고 하지요. CEO는 직원들의 영혼을 움직여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뛸 수 있게 잠재력을 끄집어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