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산되는 쌀 가운데 예상 수요량을 넘어서는 40만~50만t의 쌀을 정부가 매입키로 했다. 묵은쌀 50만t은 내년까지 가공용 등으로 처분하고 앞으로 3년간 매년 4만㏊의 논에 다른 작목을 재배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쌀값 안정 및 쌀 수급 균형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쌀 재고는 149만t으로 적정 비축량을 77만t이나 초과하는 데다 올해도 풍년이 예상돼 지난해 15만원대이던 쌀값(80㎏)은 최근 13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우선 올해 수확할 쌀 중 내년도 예상 수요량 426만t을 초과하는 부분은 모두 농협을 통해 사들이기로 했다. 예상 수요량에는 공공 비축 매입량 34만t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392만t 이상 생산되는 부분은 모두 사주겠다는 것이다.

매입 물량은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 시장에 방출하지 않을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작황을 감안할 때 40만~50만t가량을 매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민간의 쌀 매입자금 지원 규모를 현재 1조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2000억원이 증액되면 쌀 매입 규모가 19만t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생산될 쌀의 가격 안정을 위해 농협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작년산 재고쌀을 추가로 격리시키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저장 등에 곤란을 겪고 있는 재고쌀 149만t 가운데 50만t을 밥쌀용이 아닌 가공용 등으로 긴급 처분키로 했다. 조만간 2005년산 묵은쌀 11만t을 주정용이나 식품가공용 등으로 공급한다.

다만 국민 정서를 감안해 사료용으로는 쓰지 않기로 했다. 2006~2008년산 쌀 39만t도 내년 중에 가공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쌀가루용 쌀 가격을 밀가루 값 수준(355원/㎏)으로 내려서 소비를 촉진시킬 계획이다.

생산량 조절을 위해 벼 재배 면적 축소에도 나선다.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매년 4만㏊의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농가에는 전환농지 1㏊당 300만원을 지원한다. 또 2015년까지 농지은행을 통해 논 3만㏊를 매입해 용도를 바꾸기로 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업진흥구역 밖 농지 이용이 활성화되도록 농지 전용 규제도 완화한다. 시 · 도지사가 계획관리지역 안 농지(48만㏊)를 다른 용도로 전용할 때 농식품부 장관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쌀 수급관리 종합상황실을 즉시 설치하고 연말까지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대책'을 마련해 장기적인 쌀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대북 쌀 지원과 관련,"쌀 재고 처리 대책으로 유효하며 인도적 입장과 남북 관계 개선 측면에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남북한의 정치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쌀 조기 관세화(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쌀값 안정과 농업 대책 등에 의미가 크다"며 "이달 말까지 통보해야 내년부터 관세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농업단체와의 협의에 적극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