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엠블럼 달고 럭셔리시장 공략 나서
알페온의 흥행 카드는 동급 국산차와의 대결 구도다. GM대우차는 현대차의 고급 세단인 제네시스를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뷰익 라크로스가 북미에서 그랜저보다 고급차에 속한다는 이유다.

제주공항에서 알페온을 직접 만나본 첫 이미지는 '중후한 수입차'라는 것. 수직 라디에이터 그릴 정중앙에 간판처럼 붙은 독자적인 엠블럼을 봐선 GM대우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하지만 혼다 아큐라를 닮은 엠블럼은 강렬한 시선을 끌진 못한다.

알페온의 생김새는 기아차 K7이나 K5, 혹은 현대차 YF쏘나타와 비교하면 점잖은 편에 속한다. 최신 트렌드인 쿠페형 세단이 아니라 정통 럭셔리 세단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외관 디자인은 젊은 층이 타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중후한 멋을 선보인다. 쏘나타보단 그랜저나 제네시스를 탈 것만 같은 40대 중반부터 50대 안팎의 기성세대에 더 잘 어울린다.

알페온은 매력은 그러나 겉모습보단 실내 공간에 집중돼 있다.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듀얼 콕핏(Dual Cockpit) 레이아웃의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라인뿐만 아니라 천연가죽 내장재 및 피아노 블랙 마감은 고급 수입차 못지 않은 럭셔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특히 넓은 면적의 개방형 파노라마 선루프는 알페온의 실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주행시 정숙함···반응은 한 박자 느려


시승차는 알페온 3.0 최고급형 모델인 EL300. 시승 구간은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휘닉스 아일랜드 리조트까지 대략 50.3km 구간이다.

시트에 앉고 버트시동키를 누르자 엔진음이 낮게 깔린다. 가속 페달을 밟고 고속 주행에 이르러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미세하다. 알페온의 정숙성을 확신해 본 결과, 알페온의 실내 소음도는 41데시벨(dB)로 조용함의 대명사인 렉서스(42.5dB)보다 한 수 위다.

하지만 배기량 3000cc급 세단치고는 가속 성능은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V6 직분사 방식 SIDI 엔진은 5600RPM 영역에서 29.6kg·m의 토크 힘을 내는데, 순간 응답은 약간 느리다. 최대출력은 263마력을 실현했으나 실제로 몸에 와닿는 수치는 조금 덜한 느낌이다.

또 고속 주행시 핸들링은 약간 가볍게 작동한다. 코너링시 스티어링휠을 살짝만 틀어도 차체의 흔들림이 느껴진다. 핸들링이 조금 묵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알페온 최고급형 모델인 EL00 스페셜 가격은 4087만원이다. 그랜저 3.3(3592만~3978만원) 및 K7 3.5(3870만~4130만원)와 비교해 조금 비싼 수준이며, 제네시스 BH330 그랜드(4149만원)보다는 저렴하다.

제주=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