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2007년부터 임원에 대해 스트레스 관리,부하 통솔력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시키는 특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30여명의 임원이 코치로 불리는 심리전문가를 1~2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만나 직무 스트레스 해소 방안,감성지능 향상 비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 생산직 근로자가 많은 파주공장에선 심리상담소를 개설,매월 150여명의 고충을 듣고 있다. 근로자들은 티끌 하나도 들어가선 안 되는 정밀 작업 시 느끼는 강박감을 호소하고 상담사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조언해준다. 소통을 강조하는 권영수 사장이 이 같은 임직원 정신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정성을 들이는 것은 투입 비용보다 생산성 제고 효과가 훨씬 높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서울 수원 구미 기흥 화성 온양 탕정 천안 등 전국 8개 사업장에 '열린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고,필요하면 외부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와 연계한 상담도 가능토록 배려하고 있다. 이 센터는 2001년 여성 임직원을 위주로 개설했다가 남자 직원의 상담 문의가 늘고 고민거리도 다양해지자 2005년 현 체제로 확대 개편됐다.

한국경제신문이 25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개사가 임직원의 정신건강을 위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 기업들은 그나마 있는 상담실조차 다른 용도로 변형해 운영하고 있다. KT는 2006년 서울 본사에 스트레스 상담실을 설치했지만 운영한 지 1년도 채 안 돼 커리어상담실로 전환했다. 이곳을 찾는 직원들이 대부분 경력 관리나 진로 설정에 관한 내용을 상담할 뿐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한 달에 한두 명 정도였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요청으로 경력관리 상담실로 전환하게 됐다"며 "직원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상담실을 마련했지만 자신의 증상을 외부에 표출하기 꺼리는 직원이 대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