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프리우스 같은 車 못 나오는 이유는…
현대 · 기아자동차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하이브리드카(내연엔진과 전기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친환경차)인 아반떼 ·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모델을 지난달 417대밖에 팔지 못했다. 아반떼와 포르테의 전체 판매 대수 1만7347대 대비 2.4% 수준이다. 성적이 저조한 것은 휘발유 모델보다 최고 700만원 비싼 가격 탓이다.

기존 휘발유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비(17.8㎞/ℓ)가 뛰어나고,이산화탄소 배출량도 99g으로 휘발유 모델(142g)보다 43g 적은 친환경차란 점을 고려할 때 보다 적극적인 보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하이브리드카를 사는 소비자에게 개별소비세 · 교육세(최대 130만원),취득 · 등록세(최대 140만원) 등을 합쳐 310만원까지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그러나 지원액이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턱없이 작은 데다,이마저도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키로 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친환경차 지원에 사활 건 미국과 중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작년 8월 전기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보급을 늘리기 위해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에 24억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에게는 대당 7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작년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2020년까지 자국 내에서 하이브리드카가 차지하는 비중을 50%로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 구매자에게 대당 최대 88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춘범 한국부품연구원 센터장은 최근 열린 '제2차 그린카 전략포럼'에서 "도요타 프리우스가 초기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석권한 것은 각종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합쳤을 때 기존 차량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며 "정부 지원 없이는 한국에서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카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입차의 전방위 공세에 나홀로 경쟁

현대 · 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 시장에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친환경차를 공격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 지원이 턱없이 적지만 '친환경 브랜드'란 점을 강조할 수 있고,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앞서갈 기술 기반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BMW 코리아는 2일 '액티브하이브리드 X6'와 '액티브하이브리드 7'을 공개한다. 혼다 코리아도 출시 1년 만에 일본 내 누적 판매 대수 10만대를 돌파한 '인사이트'를 조만간 선보인다. 푸조를 수입 · 판매하는 한불모터스는 내년 2월께 디젤 하이브리드카인 '3008 하이브리드4'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

반면 현대차는 ℓ당 20㎞ 이상 갈 수 있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연말 미국 시장에서 먼저 선보인 뒤 내년 초 국내에도 내놓기로 했다. 기아차 역시 K5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년 중 내놓을 방침이다. 보조금이 적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는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이 하이브리드카 자립 기반을 다지기에 훨씬 유리해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