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스마트 전략은 일관되고 집요하다. 아이튠즈라는 콘텐츠 플랫폼을 키워가면서 맥 PC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각종 디바이스로 콘텐츠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플랫폼+디바이스 전략'이다. 아이폰 아이팟 등 디바이스 판매량을 늘리면 아이튠즈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플랫폼이 커지면 디바이스 판매량이 더욱 늘어난다.

애플은 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아이팟 아이튠즈와 관련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발표했다. 아이팟터치에 영상통화 기능을 추가하고 아이튠즈에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도입한 게 가장 큰 변화다.

애플은 아이팟터치에 카메라를 장착함으로써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와이파이를 통해 '페이스타임'이라는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했다. 아이팟터치 영상통화는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 플레이어인 아이팟터치가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팟터치만 가지고 있으면 이동통신사에 매월 휴대폰 요금을 내지 않고도 아이팟터치나 아이폰 사용자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아이튠즈도 달라진다. 음악 파일,비디오,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등을 거래하는 플랫폼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애플은 이날 공개한 '아이튠즈 10'에 '핑(Ping)'이라는 음악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이튠즈 10 사용자는 좋아하는 가수나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아이튠즈에 들어간 셈이다.

애플은 애플TV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TV 프로그램 99센트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다. 스트리밍(실시간전송) 방식으로 이용하게 함으로써 요금을 대폭 낮췄다. 다운로드할 경우에 비하면 요금이 3분의 1로 떨어진다. 셋톱박스는 크기를 4분의 1로 줄이면서 가격을 299달러에서 99달러로 떨어뜨렸다.

따지고 보면 애플의 아이튠즈 플랫폼 전략은 거의 10년이 됐다. 애플은 2001년 1월 아이튠즈를 내놓았다. 그때는 음악 관리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여기에 음악 파일을 사고파는 아이튠즈 스토어가 추가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플은 그해 10월 아이팟을 내놓음으로써 '플랫폼+디바이스 전략'을 본격화했다. 애플은 아이튠즈와 아이팟을 무기로 디지털 음악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이때만 해도 애플의 플랫폼 전략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애플은 아이팟으로 뮤직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한 뒤 2007년 6월 아이폰을 내놓았다. 아이폰은 터치스크린 입력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었다.

아이폰만으로는 파급력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애플의 '아이 혁명'은 2008년 7월 앱스토어를 개설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누구든지 앱을 개발해 앱스토어에 올리고 원하는 앱을 내려받게 함으로써 통신 · 휴대폰 시장의 에코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앱 주도권이 앱스토어를 가지고 있는 애플로 넘어가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들은 앞다퉈 비슷한 앱 장터를 개설했다.

애플은 지난 4월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발매함으로써 미디어 시장도 흔들기 시작했다. 9.7인치 아이패드는 손가락으로 책장 넘기듯 하면서 콘텐츠를 감상하기에 적합한 디바이스다. 신문사 잡지사 출판사 등은 아이패드가 나오자 신문 잡지 책 등을 앞다퉈 디지털 버전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HP 델 삼성 LG 등 경쟁사들도 태블릿PC를 내놓았거나 개발하고 있다.

애플의 '플랫폼+디바이스 전략'은 지금까지는 적중했다. 그러나 스마트 TV에서 걸음이 멈췄다. 애플은 2007년 애플TV를 내놓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 애플TV 셋톱박스 가격을 낮추고 TV 프로그램 렌털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TV 단말기를 직접 만드는 게 아니어서 '플랫폼+디바이스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다.

스마트 TV에 관한 한 애플은 불리하다. 경쟁사인 삼성은 수상기를 직접 만들고 '삼성 앱스'라는 앱 거래 장터까지 개설했다. 구글은 세계 최대 검색업체란 강점을 바탕으로 소니와 손잡고 구글TV를 개발하고 있다. TV 수상기를 만들 때부터 플랫폼을 탑재하는 삼성이나 구글-소니와는 달리 애플은 셋톱박스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안방을 공략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답을 찾고 있다. 어떤 콘텐츠든지 아이튠즈에서 구매해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 서버)에 저장해놓고 언제 어디서나 꺼내서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과연 이 전략으로 핸디캡을 극복할지 관심거리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