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공채이기에 "작년과 같을 것"이라고 무작정 방심하면 허를 찔리기 일쑤다. 우수한 학점과 영어성적에 면접모의 준비까지 다 마쳤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먹을거리,입을거리에도 유행이 있듯,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는 데에도 큰 흐름이 있고 매년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채용시장을 관통하는 큰 맥은 '영어, 프레젠테이션,인 · 적성검사' 등 세 가지다. 이 셋을 잘 들여다보고 꼼꼼히 준비해야 합격의 문을 열 수 있다.

◆영어,이제는 '말하기'가 대세

취업 전쟁터에서 이기기 위해 준비해야 할 최대 무기는 역시 영어다. 구직 전선에 나서기에 앞서 토익 텝스 토플 등의 성적을 받아놓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지만,이번엔 좀 다르다.

영어 지필고사 성적 외에 영어면접,영어 말하기 시험성적을 요구하는 곳들이 늘어났다. 그간 종이시험에만 몰두했던 취업준비생이라면 '알짜배기' 회사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어말하기 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곳은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 CJ그룹,SK그룹,두산그룹 등이 있다.

토익말하기 시험성적 등과 같은 성적표를 입사지원 때 내야 한다. 영어면접은 거의 모든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신세계는 아예 영어발표 전형을 내걸고 있다. 유통과 관련한 주제를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한 뒤 영어로 해당 내용을 요약해 다시 구술하는 방식이다. 이마트도 상황에 따른 영어 회화 테스트를 치른다. 영어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준비생들은 그룹 스터디를 하거나 전문학원을 이용해 '울렁증'을 줄여보는 노력을 해볼 만하겠다.

◆나를 '세일'하라…프레젠테이션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이제 취업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관문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와 KT,두산 등 주요 회사들이 프레젠테이션을 신입사원 선발의 핵심 전형과정으로 도입했다.

두산은 특히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중시한다. 학점이나 영어성적 같은 스펙보다 두산의 인재상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1차 면접과 2차 면접 두 번으로 나눠 진행하는 면접시험에서도 발표 능력은 상당한 가점 포인트다. LS그룹도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중시한다. 각 계열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세일즈 능력'이 그만큼 중시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자기소개를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해보라는 회사들도 있다. 딱딱한 자기소개보다는 간결하고,기억에 오래 남는 발표 능력을 보겠다는 것이 자기소개 프레젠테이션 시험의 핵심이다.

1박2일간 면접을 보는 곳도 있다. SK그룹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1박2일 현장 면접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이 우수한 지원자를 가리고 있다.

◆인 · 적성검사 자체 개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 · 적성검사는 채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들이 사업 분야별로 필요한 인재상을 세분화하기 시작하면서 인 · 적성검사의 중요성이 커졌다. 한화그룹은 자체개발한 인 · 적성 시험(HAT)을 도입하고 있다. '신용과 의리'로 요약되는 그룹 인재상에 맞는 인물인지를 보는 시험으로 인성과 상황판단능력,적성검사로 치러진다.

CJ그룹도 별도의 인 · 적성검사를 도입했다. 짧은 시간에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 CAT(Cognitive Ability Test)와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묻는 CJAT(CJ Aptitude Test)로 구성돼 있다.

LG그룹 역시 올해부터 별도의 시험을 치른다. 그간 계열사별로 진행하던 인성검사를 통합해 그룹이 자체 개발한 시험으로 대체했다. 고객에 대한 평소의 생각과 팀워크,자율과 창의,정정당당한 경쟁 등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통해 그룹 인재상에 맞는 인물을 가린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