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투자원본(설정액)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사태 이후 2년 사이 34조원이나 급감해 11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탈 자금 중 절반이 넘는 19조원은 자문형 랩을 비롯한 증권사 랩어카운트로 급속히 유입됐다. 나머지는 채권형펀드로 가거나 아예 은행 예금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주식형펀드의 지속적인 자금 유출을 2007~2008년 펀드시장 급팽창에 따른 후유증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금융투자상품 트렌드가 과거 주식형펀드에서 올해 랩어카운트,내년에는 사모펀드(헤지펀드)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형 설정액 2년9개월래 최저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109조9061억원(7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형이 66조208억원,해외 주식형이 43조8853억원이다.

이는 2007년 12월7일(109조7708억원) 이후 2년9개월 만의 최저치다. 설정액이 사상 최대였던 2008년 8월 말(144조660억원)에 비해선 34조1059억원이나 급감한 수준이다. 이원기 PCA자산운용 사장은 "2007~2008년 한국 펀드시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성장했다"며 "해외에서 10년 이상 걸리는 성장을 1~2년 만에 이룬 데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설정액 100조원 붕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펀드 투자자들의 손바뀜이 끝나기 전까지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증권사의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상품인 랩어카운트는 주식형펀드를 대체하며 최근 2년 사이 급성장했다. 랩어카운트 자산 규모는 지난 7월 말 29조7000억원으로,리먼 사태 직전인 2008년 8월 말(10조7000억원)에 비해 19조원 급증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공모펀드에 실망하고,표준화된 상품보다는 자신에게 적합한 맞춤형 상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이후 사모펀드 시장 기대

올해 랩어카운트 열풍에 이어 내년 이후에는 사모펀드가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랩어카운트로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몰려 맞춤형 운용이 어려워졌고 실제론 공모펀드와 비슷하게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50명 미만의 투자자 자금을 주식 채권 특별자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지금도 은행 증권사가 거액 자산가들에게 파는 장외주식투자 공모주펀드나 스팩펀드,선박펀드 등 특별자산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이 2차전지 테마주 2~3개 종목에만 압축투자하는 사모펀드를 판매하자 수백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여기에 헤지펀드 스타일의 사모펀드 도입을 위한 제도가 내년에 마련되면 랩어카운트를 잇는 신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는 펀드 내 차입(레버리지)이나 공매도 거래 등 운용상 제약이 남아 있다. 신 실장은 "일반투자자는 공모펀드,거액 자산가와 기관투자가는 랩이나 새롭게 열릴 사모펀드 시장으로 나눠질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문사들은 내년에 헤지펀드가 허용되면 큰손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 형식으로 운용한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헤지펀드 허용에 대비해 연말까지 리서치 인력을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이 운용사는 이미 기존 주식형펀드에 주식 매수와 공매도 전략을 더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미래에셋맵스 50/50증권'펀드를 사모 형태로 출시해 운용하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