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유통가격이 공장 출하가 인상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출하가와 유통가격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시장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철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14일 철근(SD400,두께 10㎜) 유통가격은 t당 71만~72만원 선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2만원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은 이달 초 일제히 할인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출하가를 t당 77만원으로 6만원 올렸지만,유통업계가 이를 유통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강사들이 출하가를 올렸지만 철근 수요가 워낙 저조한 상태여서 유통가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도 71만~72만원 선이면 물량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9월 초에는 건설공사가 활발해지면서 철근 값이 오르지만 올해는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데다 추석 연휴까지 9월 하순에 자리잡으면서 최대 열흘가량 쉬는 건설회사가 많아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제강사들의 여름 감산에도 불구하고 잦은 비로 공사 진척이 느려져 철근 재고는 지난달과 같은 20만t 초 ·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선 제강사들이 월말 결산시점엔 할인폭을 높여 출하가격을 t당 73만~74만원으로 조정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여기에 물량 할인분(t당 2만~3만원)을 더하면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철근의 최대 수요처인 건설사들도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를 중심으로 이달 철근 적정 매입가를 t당 74만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강사들은 출하가 유지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최근 고철 값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제강사들이 지난 두 달간 철근 부문에서 상당한 적자를 봤다"며 "추석 연휴가 지나면 건설공사가 정상화되면서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제강사들은 저가에 철근을 파는 유통업체들은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