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인기몰이 중인 자문형 랩 등 랩어카운트 상품을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앞으로 기준지수(벤치마크)보다 더 높은 수익을 냈을 때만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다. 또 투자자문사 포트폴리오를 따라 투자하는 추종매매를 막기 위해 가입자의 랩 계좌 매매정보 조회를 일정기간 금지하는 조치는 강제규정을 두지 않고 증권사와 가입자가 자율 결정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랩어카운트 등 투자일임업 시장의 혼탁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개선안은 랩 계좌의 과도한 주식매매를 막기 위해 자산에 일정비율로 부과하는 일임수수료 외에 별도의 위탁매매(주식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을 금지했다. 지금까지 증권사들은 중개수수료 수입을 늘릴 목적으로 잦은 주식매매를 한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금융위는 또 과도한 성과보수를 방지하기 위해 코스피200 등 신뢰성 높은 지수를 벤치마크로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벤치마크보다 좋은 수익을 냈을 때만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절대 수익률을 기준으로 성과보수를 내면 시장수익률보다 부진해도 성과보수를 물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추종매매를 막기 위해 랩 계좌의 매매정보 공개를 1~2주 동안 제한하려던 방침은 명문화하지 않고 증권사와 가입자가 자율적인 계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조인강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지금도 매매내역 공개를 하루에서 1주일 정도 제한하도록 계약한 사례가 많다"며 "투자전략을 노출하고 싶지 않은 증권사와 매매내역을 알고 싶은 가입자가 협의를 통해 상반된 이해를 조정하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그 대신 랩 운용정보가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되지 않도록 증권사 내 정보교류 차단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랩어카운트의 최저 가입액은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최저 가입액을 정해 부작용을 막겠다고 지난달 발표했지만 이 역시 자율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론냈다.

가입액 제한은 없지만 투자자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등 가입절차는 강화된다. 연령,투자목적,위험감수 능력 등에 따라 투자자 성향을 분류하고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도록 모범규준을 마련해 1년 뒤부터 시행키로 했다.

금융위는 개별 계약인 랩을 공모펀드처럼 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문방식을 규제한다. 지금처럼 모든 랩 계좌에서 자산대비 동일비율로 주문하는 방식은 펀드의 '집합운용'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증권사들이 랩에 대해 관행적으로 '집합운용'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 실제 규제는 1년 뒤로 미뤘다. 조 국장은 "투자일임시장이 펀드를 대체하는 상품으로 성장하는 기초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해외 사례 등을 면밀히 연구해 개선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운용하는 투자상품인 랩어카운트는 시장규모가 지난해 3월 13조2804억원에서 올 7월 말 29조6990억원으로 커졌다. 특히 자문사의 운용자문을 받는 자문형 랩은 같은 기간 284억원에서 2조4289억원으로 85배 급성장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