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그 진앙지는 중국이 될 겁니다. "

국제금융 및 통상 전문가인 그랜트 알도나스 전 미국 상무차관(사진)의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주제로 한 강연을 위해 방한한 그는 지난 20일 서울 미국 대사관 별관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는 (회복을 위한) 최종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위기 재발 차단 안전망 구축은 여전히 불충분한(insufficient) 상태"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2001년부터 5년간 미국 통상 담당 차관을 지낸 그는 '전형적인 시장주의자'로 꼽힌다. 차관에 오르기 전 미 상원 재무위원회 수석국제통상자문역을 맡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의 미 · 중 통상관계 정상화 관련 법안 등 다수의 역사적 법안을 통과시켜 한때 '미국의 세일즈맨'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번엔 국제통상문제 컨설팅 회사인 '스플릿 락'의 대표 자격으로 방한했다.

알도나스 전 차관은 "최근 진행 중인 미국과 유럽의 금융개혁이 금융회사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등 정부 주도의 규제 중심 개선에 불과하고 소비자에겐 시장감독권을 넘겨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은행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만이라도 제대로 공개된다면 소비자와 시장이 규제 당국보다 은행을 더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금융위기의 잠재적 진앙지로 지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폐쇄적 금융시장과 정치논리에 휘둘려 갈수록 부풀어 오르는 자산거품이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상하이 푸둥에 가면 공실률이 90%에 달하면서도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빌딩들을 수두룩하게 볼 수 있습니다. 실질가치가 왜곡된 거품현상이 심각하다는 얘깁니다. 그러고도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지키느라 금리를 올리지 않은 채 말로만 가격을 잡겠다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미국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

그는 "제조업의 역내 교역 간 가치사슬이 무너지면서 아시아 국가들 간에 심각한 무역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그 이유로 중국이 조립공장 역할에서 벗어나 기술개발과 부품제조,완성품 조립까지 제조업 가치사슬 모두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빠지면서 자국기업 우대현상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도 중국의 환율정책보다는 이 같은 가치사슬 붕괴와 가격질서 파괴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