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외환시장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는 이를 '환율전쟁'이라고 표현하며 '글로벌 통화전쟁'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는데,한국의 3대 무역 상대국인 이들 국가의 행보에 우리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15일 일본정부가 2조엔을 외환시장에 투입하면서 엔 · 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엔고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추가적으로 정책개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위안화 절상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을 경우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무역제재를 통해 이에 맞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중국은 현재 위안화 환율이 문제될 것이 없으며 미 · 중 간 무역불균형은 환율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과도한 소비구조에 기인한 문제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강(强)달러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 경제적으로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지탱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고,정치적으로는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세계 각국이 달러 및 달러화 채권을 보유하도록 하는 원동력이었던 강달러 정책은 무역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경우 예외적으로 환율조정을 통해 전략적으로 조정되곤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1985년의 플라자협정으로 이때 미국은 대일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엔화를 40% 절상시키면서 자국 내 경기침체를 진화했다. 반면 무역의존도가 높았던 일본은 수출 감소로 인해 고성장을 멈추고 부동산 버블 붕괴라는 타격을 입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중국으로선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지금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과 수입의존도가 각각 43%와 39%에 달해 G20 국가 중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다. 2009년 기준 수출상대국은 규모가 큰 순서로 중국,미국,일본이었으며 수입의 경우에는 중국,일본,미국 순으로 2002년 이후 중국이 최대 무역상대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90년대까지는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었던 미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한국도 수출 호조를 지속하며 발전할 수 있었으나 미국의 IT 버블 붕괴 및 중국의 가파른 성장 영향으로 중국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조업의 경우 원가변동에 위안화 쇼크가 미치는 영향은 원 · 달러 환율보다도 중요해졌다. 따라서 앞으로 위안화 절상이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수출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유리하나 원자재가격 상승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클 수도 있으며 교역규모 1위인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한국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일본이 지금처럼 엔화가치를 하락시킬 경우 실질적인 수출경합국인 일본과의 경쟁에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처럼 환율전쟁의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내수확대를 통해 무역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다만 경기침체의 여파가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내수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EU,중남미,아시아 신흥시장 등의 수출지역 및 품목 다변화를 통해 위안화나 엔화 충격의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안정적인 수출을 담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수출경쟁력을 환율조정에 의한 가격경쟁력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기술경쟁력 확보를 통해 환율에 영향을 적게 받는 무역구조로 탈바꿈하는 것이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비하는 근본적 자세임을 주지해야 한다.

조하현 < 연세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