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기획재정부에 고용현실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실업률 통계지표를 만들라는 시정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기이하게도 고용률 수치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였다. 당시 국회는 실업률 통계가 체감 실업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요구했다.

하지만 재정부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이 처음으로 펴낸 '2009년 국정감사 시정요구사항 조치결과 분석집'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위가 소관부처에 시정 및 처리를 요구한 139개 사항 중 국세청(19건) 재정부(7건),한국조폐공사(2건),조달청(1건),통계청(1건) 등 30건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이행 결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금융위기 이후 국가채무뿐 아니라 공기업 부채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재정부에 재정통계 개편안 마련을 요구했지만 재정부는 "추진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재정부는 또 국회가 요구한 △공공기관의 감사와 비상임이사의 권한강화 △정부가 장기간 계속해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관리 강화방안 마련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국회가 국감 뒤에 본회의 의결로 정부 정책 등에 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는 이를 '지체없이' 처리하고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회의 시정요구사항을 가장 소홀히 집행한 곳은 국세청으로 50건 중 19건의 요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국세청 직원의 검찰청 파견 문제가 대표적이다. 국회는 지난해 국세청에 '공식적인 인사명령 없이 검찰청에 직원을 파견하는 관행을 시정하라'며 결과는 2010년 초에 제출하는 국회 업무보고서에 넣도록 요구했다. 실제 국가공무원법상 모든 부처는 공무원 파견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검찰청과 협의 추진 중"이라는 답변만 보내왔다. 김광묵 전문위원은 "인력 파견을 법적으로 공식화시킨 것은 각 부처가 함부로 공무원 숫자를 늘릴 수 없게 하기 위해서"라며 "국세청이 검찰청에 계속해서 인력을 내보내는 것은 그만큼 여유 인력을 확보해 놓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지난해 한국조폐공사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화폐발행을 통한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도한 복리후생제도의 개선 방안을 올해 국정감사 전까지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가시적인 성과는 물론,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보고하지 않고 있다.

김 전문위원은 "올해는 18대 국회 상임위 구성원들이 바뀐 만큼 각각의 국회의원들은 전반기 상임위에서 소관부처에 무엇을 지적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업무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