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은 '축구장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하다. 12개 읍 · 면 중 5곳에 국제 규격 축구장 8개가 지어져 있고 4곳에 추가로 4개가 건설될 예정이다. 전체 인구가 19만8000여명에 불과한 지역에 축구장이 이렇게 많은 곳은 전국에서 울주군이 유일무이하다. 심지어 인구 20만명당 1개꼴인 서울보다 울주군이 10배 이상 많은 셈이다. 울주군에 왜 이렇게 축구장이 많은 걸까. 건설비는 다 어디서 났을까.


◆서생면엔 구장이 3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스포츠파크에는 천연잔디구장 1개와 인조잔디구장 2개 등 총 3개의 축구장이 있다. 국제 축구대회를 열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축구장 한쪽 옆에는 육상 트랙과 풋살경기장도 들어서 있다. 사업비만 212억원이 투입됐다. 평일인 지난달 30일 오후 출입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입구를 찾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울주군 관계자는 "주말과 평일 야간을 제외하면 이용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3㎞ 떨어진 서생면 신암리 서생종합 복지센터.이곳에도 국제 규격의 인조잔디구장이 있었다. 서생면 외에 두서면 온양읍 온산읍 범서읍 등 4곳에도 4개가 있다. 축구장이 이렇게 많은데도 울주군은 인구 2000명도 안되는 삼동면 등 4곳에 4개를 더 지을 계획이다. 울주군은 두동면만 빼고 11개 읍 · 면에 1개 이상의 축구장을 보유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가히 '축구장 군(郡)'이라고 할 만하다.

◆원전지원금으로 '펑펑'

축구장 건설 비용은 대부분 원자력 발전소 건립 지원금에서 나왔다. 울주군은 1999년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3,4호를 유치하면서 정부로부터 일시금으로 1100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울주군은 지원금의 절반 이상인 500여억원을 축구장 건설 등 스포츠센터 건립비로 썼다. 물론 축구장 건설 등에만 지원금을 쓴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서생면 진하리와 온산읍 강양리를 잇는 지역 최장 인도교인 명선교에도 원전 지원금 87억원이 투입돼 완공됐다. 또 지난해 2월 서생면 신암리에 지상 3층 규모의 서생면사무소 건설에도 27억원의 원전 지원금이 들어갔다. 인구 7600여명에 불과한 서생면의 면사무소가 6만2000여명인 범서읍 사무소보다도 넓다.

결국 1100억원이란 큰 돈이 대부분 축구장 등 체육시설과 면사무소 짓기,다리건설 등 선심성 시설물에 과다하게 쓰인 셈이다. 이런 지원집행 때문에 원전 특별 지원금은 지난해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울주군은 문제없다는 분위기다. 원전에서 나오는 전력의 판매량에 따라 기본 지원금 50억원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업 지원금 60여억원 등 연간 100억여원을 추가로 지원받기 때문이다. 지원금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오면서 웅촌면과 두서면,두동면,삼동면 등 4곳의 면사무소 신축계획도 세워졌다. 원전 덕분에 빚이 하나도 없는 전국 제1의 부자군(郡)이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체육시설 자체 수입은

그러면 울주군이 축구장 등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거두고 있을까. 212억원을 들여 건설한 수용인원 4000여명 규모의 서생면 간절곶 축구장 등 체육시설 이용자는 지난해 2만5000여명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68명이 이용한 셈이다. 주민들이 낸 이용료는 1년간 6700만원이었다. 간절곶 외에 다른 4개 읍 · 면의 체육시설 수익금도 8300만원에 그쳤다. 결국 지난해 울주군이 축구장 등에서 거둬들인 체육시설 운영수익 총액은 1억50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울주군은 잔디구장과 각종 시설 관리비와 인건비 등으로 5억원을 썼다. 2008년 설립된 울주군 시설관리공단이 해마다 100억원 이상의 만성적자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울주군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군민 반발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다 보니 원전 지원금이 미래사업에 제대로 쓰이지 못한 것을 인정한다"며 "주민들도 원전 지원금을 맹목적인 보상금으로 당연시 여기고 있어 군 전체 발전을 위한 사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종범 지식경제부 원자력산업과 사무관은 "원전 지원금이 보다 생산적인 사업에 쓰이도록 원전 주변 지역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