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으려는 신용회복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내일찾기' 프로젝트가 지난달 6일 시작된 뒤 채용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일찾기 프로젝트는 한국경제신문과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회복위원회 등 5개 기관이 공동으로 펼치는 신용회복자 취업지원 사업이다.

◆채용사례 속속 등장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김모씨(44)는 지난 4일 한 아이스크림 유통회사로부터 채용 통보를 받았다.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된 지 2년 만이었다.

2007년 전자부품 회사를 창업해 운영해 왔던 그는 2008년 친동생처럼 여기던 동업자로부터 사기를 당했다. 부도금액이 12억원에 달했다. 집도 차도 몽땅 경매로 넘어갔지만 1200여만원의 빚이 남았다. 이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로부터 1년간은 술로 세월을 보냈다. 마냥 놀 수만은 없었다. 그에게는 부양해야 할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다.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하지만 빚 갚기는커녕 생계 유지도 어려웠다. 우연한 기회로 신용회복위원회를 알게 됐다. 약 180만원의 연체이자는 전액 탕감받고 원금도 12만5000원씩 96개월간 나눠 내도록 조정됐다.

정규직 취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신복위에 구직 신청을 하고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다 내일찾기를 통해 구인기업으로 등록한 빙과류 유통회사 ㈜아이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월 20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아이스크림 유통 및 영업을 맡게 됐다. 이 회사의 안병철 사장은 "회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해 사회에 보답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신용회복자 박모씨(42 · 여)도 최근 내일찾기를 통해 한 대기업에 콜센터 상담원으로 취직했다. 그는 보험설계사를 하는 남편의 수입이 일정치 못해 생계비를 은행 대출에 의존해 왔다. 그러다 조금씩 연체됐고 결국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캠코를 통해 2004년 채무 재조정을 받은 그는 월 16만4000원씩 8년간 갚으면 된다. 아울러 이번에 내일찾기에 참여한 애니카서비스㈜에 취업도 했다. 박씨는 "앞으로 열심히 일해 사회에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신모씨(28)도 얼마 전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2002년 부모님이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가세가 기울었던 그는 학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지출한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신용불량 딱지 때문에 번번이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2007년 캠코와 채무 재조정 약정을 체결한 그는 지난 8월 구직신청을 했고 2개월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신씨는 "취업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내일찾기'를 통해 신용회복자를 채용하려는 기업들은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www.korcham.net)에 접속,구인 신청을 등록하면 된다. 신용회복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1인당 최대 연 810만원의 보조금이 정부와 캠코로부터 지급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