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선진화 키워드는 신뢰…물적ㆍ인적자본 넘어 사회적 자본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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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경ㆍ인간개발연구원 주최
조찬세미나 지상 중계
한경ㆍ인간개발연구원 주최
조찬세미나 지상 중계
"경제 성장기에는 물적 자본과 휴먼 캐피털이 중시됐지만,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를 것입니다. "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조찬세미나에 참석,'G20 정상회의를 통해 본 한국 경제의 실상과 미래성장 전망'이란 주제로 강연하는 자리에서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 키워드는 '신뢰'였다. 다음은 강연 내용이다.
세계 경제는 글로벌화하고 있고,기술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계 경제는 더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경제학의 주제는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확실한 가운데 어떻게 리스크를 줄이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느냐가 경제학의 핵심 주제입니다. 갑자기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 모르고,환율 금융 등도 글로벌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거죠.제품 라이프 사이클도 급격히 단축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경제의식이나 경제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국민소득 3만달러,4만달러를 달성하려면 국민들이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사회인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마다 "여러분들 내일 아침부터 종합일간지 보면서 열내지 마시고 경제신문 읽으세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은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가 아니고 월스트리트저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 경제가 올해는 침체에서 탈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출구전략이나 환율 재정문제 등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재정적자 증가속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제일 높습니다. 특히 고용이 침체돼 있어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G20 의장국에 걸맞게 선진화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있습니다.
먼저 우리 경제가 너무 빨리 늙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7,8년 뒤부터는 인구가 줄어듭니다. 국민소득이 4만달러,5만달러 됐을 때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야 되는데 우리는 겨우 2만달러에 턱걸이하면서 줄어드는 겁니다. 사회복지 수요도 엄청나게 늘고 있어요. 국민소득 2만달러인 나라의 정치인들이 내놓는 사회복지 공약이나 일부 국민의 기대치는 국민소득 4만달러,5만달러인 나라의 복지 수준을 원하고 있습니다. 자살률 이혼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헝그리 정신이 없어지면서 경제가 역동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정신의 퇴조와 고용 없는 성장.이게 다 선진국가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우린 너무 빨리 늙어버리고 있습니다.
양극화 문제도 심각합니다. 요즘 공정 사회 얘기를 많이 하는데,그 근거가 되는 것도 사실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을 때 중산층이 65%였습니다. 그 비중이 작년에는 58.9%로 줄어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복잡한 건 경제적으로 갈등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선진화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게 사회적 자본을 갖추는 것입니다. 과거에 중시했던 물질적 자본과 휴먼 캐피털보다 더 중요한 제3의 자본은 사회적 자본입니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이나 국가,언론,사회,단체 등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주체들 간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자본입니다. 그 기초가 되는 게 신뢰입니다. 신뢰가 부족해서 생기는 사회적인 갈등,즉 노사관계 불안과 정치 불신 등으로 잃어버리는 GDP가 27%에 달합니다.
한 국제기구가 '처음 만난 사람을 믿느냐'고 조사했는데,한국은 10명 중 3명만이 "믿을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중국은 5.1명,스웨덴은 7명입니다. 대통령께서 요즘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데,얼마 전 여론조사를 보니까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이 70%에 달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정치 · 경제적으로 엄청난 낭비가 있는 거죠.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고소득 국가로 가려면 탈(脫)산업화해야 합니다. 제조업 중심의 경쟁은 한계가 있습니다. 의료,금융,통신 등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필요한데,인재를 배출하는 우리나라의 대학 정책은 너무나 후진적입니다. 세계 100대 명문에 들어가는 대학을 최소한 10개는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의 미래는 전문인력과 소프트 인프라가 끌고 나가야 합니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정갑영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보대학원장,부총장,삼성전자 연구소 석좌연구위원,정보통신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자유기업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카론의 동전한닢''열보다 더 큰 아홉' 등을 펴냈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조찬세미나에 참석,'G20 정상회의를 통해 본 한국 경제의 실상과 미래성장 전망'이란 주제로 강연하는 자리에서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 키워드는 '신뢰'였다. 다음은 강연 내용이다.
세계 경제는 글로벌화하고 있고,기술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계 경제는 더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경제학의 주제는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확실한 가운데 어떻게 리스크를 줄이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느냐가 경제학의 핵심 주제입니다. 갑자기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 모르고,환율 금융 등도 글로벌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거죠.제품 라이프 사이클도 급격히 단축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경제의식이나 경제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국민소득 3만달러,4만달러를 달성하려면 국민들이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사회인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마다 "여러분들 내일 아침부터 종합일간지 보면서 열내지 마시고 경제신문 읽으세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은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가 아니고 월스트리트저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 경제가 올해는 침체에서 탈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출구전략이나 환율 재정문제 등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재정적자 증가속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제일 높습니다. 특히 고용이 침체돼 있어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G20 의장국에 걸맞게 선진화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있습니다.
먼저 우리 경제가 너무 빨리 늙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7,8년 뒤부터는 인구가 줄어듭니다. 국민소득이 4만달러,5만달러 됐을 때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야 되는데 우리는 겨우 2만달러에 턱걸이하면서 줄어드는 겁니다. 사회복지 수요도 엄청나게 늘고 있어요. 국민소득 2만달러인 나라의 정치인들이 내놓는 사회복지 공약이나 일부 국민의 기대치는 국민소득 4만달러,5만달러인 나라의 복지 수준을 원하고 있습니다. 자살률 이혼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헝그리 정신이 없어지면서 경제가 역동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정신의 퇴조와 고용 없는 성장.이게 다 선진국가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우린 너무 빨리 늙어버리고 있습니다.
양극화 문제도 심각합니다. 요즘 공정 사회 얘기를 많이 하는데,그 근거가 되는 것도 사실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을 때 중산층이 65%였습니다. 그 비중이 작년에는 58.9%로 줄어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복잡한 건 경제적으로 갈등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선진화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게 사회적 자본을 갖추는 것입니다. 과거에 중시했던 물질적 자본과 휴먼 캐피털보다 더 중요한 제3의 자본은 사회적 자본입니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이나 국가,언론,사회,단체 등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주체들 간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자본입니다. 그 기초가 되는 게 신뢰입니다. 신뢰가 부족해서 생기는 사회적인 갈등,즉 노사관계 불안과 정치 불신 등으로 잃어버리는 GDP가 27%에 달합니다.
한 국제기구가 '처음 만난 사람을 믿느냐'고 조사했는데,한국은 10명 중 3명만이 "믿을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중국은 5.1명,스웨덴은 7명입니다. 대통령께서 요즘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데,얼마 전 여론조사를 보니까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이 70%에 달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정치 · 경제적으로 엄청난 낭비가 있는 거죠.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고소득 국가로 가려면 탈(脫)산업화해야 합니다. 제조업 중심의 경쟁은 한계가 있습니다. 의료,금융,통신 등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필요한데,인재를 배출하는 우리나라의 대학 정책은 너무나 후진적입니다. 세계 100대 명문에 들어가는 대학을 최소한 10개는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의 미래는 전문인력과 소프트 인프라가 끌고 나가야 합니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정갑영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보대학원장,부총장,삼성전자 연구소 석좌연구위원,정보통신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자유기업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카론의 동전한닢''열보다 더 큰 아홉'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