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동차 및 대형 전자업체들의 요청으로 국제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대량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9월 재무성에 대해 엔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달러화는 물론 원화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원화 매입 시도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글로벌 환율전쟁 가운데 언제든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일본의 원화 매입 시도는 원화 가치를 올려 일본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여보자는 의도로,한국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및 전자 업계가 적극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자신들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은 덮어둔 채 지난 13일 한국과 중국에 통화가치 절하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당인 민주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경제산업성이 일본 자동차와 대형 전자업체들의 요구로 재무성에 원 · 엔 환율을 낮추기 위한 시장개입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는 유럽연합(EU) 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한국과 달리 FTA 협상에서 뒤처진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반영됐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이 같은 일본 산업계의 요구는 엔화와 원화를 대량으로 거래할 직접 외환시장이 없어 사실상 실행이 어려운 데다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무산됐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