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외국자금 '서든 스톱' 가능성과 국내 증시 조정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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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8월 양적완화 정책을 재추진한 이후 거세게 유입돼온 외국인 자금이 최근 주춤거리는 것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는 '서든 스톱(sudden stop)'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서든 스톱이란 '예상치 않은 자본 유입 중단에 이은 대규모 유출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처럼 국제 간 자금흐름이 각종 캐리자금에 의해 주도되는 상황에선 한국 등 신흥국들의 주가와 경기 향방,개인별 재테크 성적은 서든 스톱 발생 여부 및 그에 대한 대응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캐리자금의 이론적 근거는 각국 통화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설'이다. 이 이론은 투자대상국 수익률이 환율을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빌려 투자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2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대규모로 청산돼 신흥국 증시와 경기에 큰 충격을 줬던 캐리 트레이드가 지난해 2~3분기에 이어 올 8월 이후에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신흥국 가운데 경제여건이 건실하고 환율전쟁 주변국이면서 외자정책 변경이 잦지 않은 한국으로 집중 유입되는 추세다.
이번에는 달러 캐리자금을 중심으로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되고 있는 것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통화별 트레이드 유인을 나타내는 지표인 CTR비율(통화 간 금리차익÷환율변동위험)을 보면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가장 유리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캐리자금이 종전의 엔 캐리자금과 구별되는 것은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달러화는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여전히 65%를 차지할 정도로 중심통화인 데다 '빅 스텝'(대폭)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리고 있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달러 캐리자금의 유출입 시 유입국의 자산 거품과 붕괴(boom & burst) 폭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자금시장에서 저금리 통화가 다수 존재하고 있어 자금조달 여건 상 미세한 변화가 있을 경우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통화가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 엔 캐리 시기에는 엔화가 거의 독보적인 저금리 통화였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선진국 조달금리가 연 1%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축소됐다. 위험도를 나타내는 테드 스프레드(달러 리보금리-미국 국채금리),빅스 지수 등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지 오래다. 오히려 신흥국들의 금리 인상 및 인상 기대로,상당 기간 '제로(0%)' 금리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 벌어져 달러 캐리자금의 청산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번 환율전쟁도 신흥국 증시에 자금 유입을 촉진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고,다른 국가들의 외환시장 개입도 불태환 정책을 수반하지 않아 환율전쟁이 치열해질수록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달러 캐리자금의 본격 청산은 유입국보다 주로 미국 측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기가 다시 둔화되지 않는다면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를 전후해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만 받쳐준다면 금융시장이 위기로 빠질 가능성은 적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 경기가 다시 둔화돼 금융부실로 증거금 부족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다. 다행인 것은 지난 3년간 미국 금융사들은 고위험 자산과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면서 레버리지 비율과 글로벌 투자비중이 낮아진 점이다. 위기가 재발하더라도 그 파장은 미국 내로 수렴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한국 외환당국이 원화 환율의 움직임을 돌려놓는 역행적 시장개입을 하지 않는 한 '서든 스톱' 발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외국자금이 유입되면 될수록 주가 저평가 정도와 환차익 소지가 감소돼 유입 규모가 줄고 이미 고수익을 얻은 단기자금들은 차익을 실현해 이탈할 소지도 있다.
이미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예 · 적금,여전히 부진한 부동산시장,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금값과 채권값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주식 투자는 유망해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해 비관론을 고집했던 사람들까지 뒤늦게 가담하면서 국내 증시에선 낙관론이 불고 있으나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주식 투자는 기대 수준을 낮추고 외국자금이 이탈할 때를 감안하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을 찾아야 할 때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서든 스톱이란 '예상치 않은 자본 유입 중단에 이은 대규모 유출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처럼 국제 간 자금흐름이 각종 캐리자금에 의해 주도되는 상황에선 한국 등 신흥국들의 주가와 경기 향방,개인별 재테크 성적은 서든 스톱 발생 여부 및 그에 대한 대응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캐리자금의 이론적 근거는 각국 통화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설'이다. 이 이론은 투자대상국 수익률이 환율을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빌려 투자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2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대규모로 청산돼 신흥국 증시와 경기에 큰 충격을 줬던 캐리 트레이드가 지난해 2~3분기에 이어 올 8월 이후에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신흥국 가운데 경제여건이 건실하고 환율전쟁 주변국이면서 외자정책 변경이 잦지 않은 한국으로 집중 유입되는 추세다.
이번에는 달러 캐리자금을 중심으로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되고 있는 것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통화별 트레이드 유인을 나타내는 지표인 CTR비율(통화 간 금리차익÷환율변동위험)을 보면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가장 유리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캐리자금이 종전의 엔 캐리자금과 구별되는 것은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달러화는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여전히 65%를 차지할 정도로 중심통화인 데다 '빅 스텝'(대폭)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리고 있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달러 캐리자금의 유출입 시 유입국의 자산 거품과 붕괴(boom & burst) 폭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자금시장에서 저금리 통화가 다수 존재하고 있어 자금조달 여건 상 미세한 변화가 있을 경우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통화가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 엔 캐리 시기에는 엔화가 거의 독보적인 저금리 통화였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선진국 조달금리가 연 1%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축소됐다. 위험도를 나타내는 테드 스프레드(달러 리보금리-미국 국채금리),빅스 지수 등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지 오래다. 오히려 신흥국들의 금리 인상 및 인상 기대로,상당 기간 '제로(0%)' 금리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 벌어져 달러 캐리자금의 청산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번 환율전쟁도 신흥국 증시에 자금 유입을 촉진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고,다른 국가들의 외환시장 개입도 불태환 정책을 수반하지 않아 환율전쟁이 치열해질수록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달러 캐리자금의 본격 청산은 유입국보다 주로 미국 측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기가 다시 둔화되지 않는다면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를 전후해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만 받쳐준다면 금융시장이 위기로 빠질 가능성은 적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 경기가 다시 둔화돼 금융부실로 증거금 부족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다. 다행인 것은 지난 3년간 미국 금융사들은 고위험 자산과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면서 레버리지 비율과 글로벌 투자비중이 낮아진 점이다. 위기가 재발하더라도 그 파장은 미국 내로 수렴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한국 외환당국이 원화 환율의 움직임을 돌려놓는 역행적 시장개입을 하지 않는 한 '서든 스톱' 발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외국자금이 유입되면 될수록 주가 저평가 정도와 환차익 소지가 감소돼 유입 규모가 줄고 이미 고수익을 얻은 단기자금들은 차익을 실현해 이탈할 소지도 있다.
이미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예 · 적금,여전히 부진한 부동산시장,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금값과 채권값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주식 투자는 유망해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해 비관론을 고집했던 사람들까지 뒤늦게 가담하면서 국내 증시에선 낙관론이 불고 있으나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주식 투자는 기대 수준을 낮추고 외국자금이 이탈할 때를 감안하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을 찾아야 할 때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