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을 '파생상품 금융 중심지(허브)'로 지정했지만 선물회사들은 정작 서울로 옮긴 상태여서 파생상품 허브 구상이 흐지부지될 상황에 처했다.

부산시는 거래주문 접속장치(라우터)가 서울에만 있어 부산에서 주문을 낼 경우 주문 전달 속도에서 미세하게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라우터를 부산에 추가로 설치해줄 것을 요구한 반면,한국거래소는 라우터가 분산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맞서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부산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산에 본사나 지점을 둔 선물회사는 2003년까지 8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부산은행 자회사인 BS투자증권(옛 부은선물) 한 곳만 남고 모두 서울 여의도로 이전했다. 한 선물회사 관계자는 "부산에 사무소를 둬도 속도가 생명인 파생상품의 고빈도 · 알고리즘 매매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인 라우터 논쟁은 지난 14일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다.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부산 동래구)은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전산시스템이 부산에 설치됐지만 회원사 주문을 접속하는 장비는 서울에만 있다"며 "부산에서 주문을 내면 서울에서 냈을 때보다 체결에 0.007초(7ms)가 더 걸린다"고 지적했다.

반면 거래소 측은 부산에서 주문을 내도 대부분 회원사들이 통합계좌(고객원장)를 서울에 두고 있어 이를 거치는 데 어차피 시간이 걸린다고 반박했다. 서울 부산 두 곳에 라우터를 둘 경우 부산의 주문속도가 미세하게 빨라진다는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탄소배출권거래소 상품거래소를 놓고 부산 광주 서울 등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어 유사한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