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 태진인포텍 대표이사(사진)는 기존 하드디스크(HDD)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인 DDR 메모리 기반의 반도체 저장장치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조 대표이사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가 단위 시간 동안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컴퓨터의 출현 이후 600~1000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데 비해 저장장치에서 데이터의 입출력 속도는 30~40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데 주목했다. CPU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저장장치의 입출력 처리 용량을 넘어서면 결국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데이터 입출력 병목현상을 처리하기 위해 하드디스크가 갖고 있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에 주목했다. SSD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메모리를 고밀도로 집적한 새로운 개념의 저장장치다.

조 대표이사는 메모리 중에서도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대신 DDR을 기반으로 한 SSD를 개발하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2008년 3월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여기에는 12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2단계가 완료된 상태로 개발된 제품은 초당 데이터 처리 개수(I/OPS)가 60만개로 기존 하드디스크에 비해 속도가 20~30배 빠르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텍사스메모리시스템즈(TMS)의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DDR 메모리 기반 저장장치를 이용하면 사용자가 집중돼 데이터가 폭주할 때 시스템이 다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대용량 서버 운영자가 서버를 추가로 증설하지 않고도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저장장치 중 약 1300TB를 이 제품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가 연간 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태진인포텍은 전망했다.

조 대표이사는 "반도체가 하나의 시스템 역할을 하는 시대를 열게 됐다"며 "통신 의료 보안장비 등 빠른 속도를 요하는 기기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에 폭넓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