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57.14세.'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한국 직장인의 평균 은퇴연령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은 은퇴 후 평균 23년간 소득이 거의 없거나 예전보다 적은 소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은퇴 이후 생활이 길어지면서 장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세계은행은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해 1994년 '고령화 위기 대처 보고서'를 발간했다.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 현상의 대처방안으로 '3층 연금체계'를 제안한 것이다. 각국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연금이 기금 고갈 등의 문제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사적연금(퇴직연금 · 개인연금)을 발전시켜 이를 보완하자는 내용이다.

3층 연금체계의 1층은 공적연금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생활을 보장한다. 2층인 퇴직연금은 표준적 수준의 생활,3층인 개인연금은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최형준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 차장은 "3층 연금체계를 활용해 근로자의 퇴직 후 수입을 퇴직 전의 60~70% 수준에 맞추라는 것이 세계은행의 권고"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과 공무원 · 교직원연금 등이 1층 연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득이 있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1988년 도입돼 올 9월 말 31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에 비해 2005년 12월 도입된 2층 퇴직연금(2층 연금)은 20조원(9월 말 현재), 개인연금(3층 연금)은 55조원(6월 말 현재)으로 1층 연금에 비해 빈약한 실정이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안정적인 3층 연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공적연금인 노령 · 유족 · 장애보험(OASDI)을 의무 가입하도록 하고 있고 '401K'로 대표되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격인 개인퇴직계좌(IRA)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 호주도 노령연금(Age Pension)을 기반으로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으로 불리는 의무적인 퇴직연금 제도와 개인연금을 통해 국민들이 노후생활에 대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