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자문사 7공주'가 엇갈린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7공주란 투자자문사들이 선호하는 우량 대형주로 기아차 LG화학 하이닉스 제일모직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을 지칭한다.

7공주 중 정보기술(IT)주들은 업황 부진으로 맥을 못 추고 있지만 기아차와 LG화학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재개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차례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친 뒤 실적 모멘텀 등을 배경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아차 · LG화학 최고가 경신

11월 첫 거래일인 1일 코스피지수는 1914.74로 1.69%(31.79포인트) 급등하며 하루 만에 다시 1900선을 탈환했다. 외국인은 미국 중간선거(2일)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3일)를 앞둔 경계심에 이틀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투신과 연기금 등이 저가 매수에 나섰다. 현대차가 6.18% 오른 18만500원으로 마감하는 등 자동차주의 강세가 단연 돋보였다.

기아차는 4만9500원으로 10.24%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순위 10위로 올라섰다. 기아차는 지난 6월 3만원 선 돌파 이후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9월 이후 오름세를 재개,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10거래일간 상승률이 30.2%에 달한다.

7공주 중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던 LG화학도 상승 탄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LG화학은 이날 6.63%(2만3000원) 상승한 37만원으로 마감,지난달 전 고점(35만6500원)을 훌쩍 넘어섰다. 기관이 석 달째 매물을 쏟아냈지만 석유화학 업황 호조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의 '사자'가 유입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들 두 종목을 제외한 7공주 종목들은 좀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7월 15만95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2만원대로 밀려난 뒤 석 달째 횡보 중이다. 삼성테크윈은 이날 10만7500원으로 2% 넘게 반등했지만 두 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제일모직도 9월 말 이후 3.9% 하락하는 등 반등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그나마 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호조,삼성SDI는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폭 상승을 시도하며 선방하고 있다.
엇갈린 '자문사 7공주'…기아차ㆍLG화학만 최고가 행진
◆유동성 랠리 vs 차별화 지속

7공주는 상반기 수급의 힘으로 주가가 과열된 후 기관의 매물 소화 과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펀더멘털에 따른 차별화 과정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에서 자금이 유입되는 종목은 철저히 실적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종목으로 압축되고 있다"며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는 IT주,특히 제품의 수급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관련주(삼성전기 삼성SDI)는 주가가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프리미엄이 다시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기아차와 LG화학은 수급 호전에 따른 강세 흐름을 당분간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두 종목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으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싼 대표 종목"이라며 "수급 요인으로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긴 했지만 이익에 대한 신뢰감이 살아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자문형 랩을 운용하는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7공주 중 1~2개 종목은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지만 나머지 종목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귀띔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문사 7공주,지주사 6왕자 등이 부각될 가능성은 낮지만 순환매가 들어오는 조선 기계 자동차부품 등 숨어 있는 주도주도 많다"며 "유동성 랠리가 지속되는 한 이들 종목의 강세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