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최종 대책이 나왔다는 게 어딘가요. 논의가 산으로 가다 아예 멈춰버리는 것 아닌가 했는데…."

금융위원회가 지난 주말 내놓은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 건전화 대책에 대한 A증권사 연구원의 반응이다. 그는 "의견수렴 과정이 너무 금융당국 안에서만 맴돌았다"며 "두 달여 동안 공개토론회를 한 번쯤은 열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ELW시장 개선책 마련에 들어간 것은 지난 8월이다. 김종창 금감원장이 한 강연에서 ELW를 겨냥해 "투기적 수요만 충족시키는 금융상품 출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빼든 칼이 어디로 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루 거래대금이 1조6000억원에 달하고,29개 증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ELW 시장의 현주소를 감안할 때 어떤 대책이 나오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대책 논의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투기적 시장일 뿐'(금융당국)이란 시각과 '그래도 키워야 할 시장'(거래소)이란 의견이 부딪쳤다. ELW와 주식옵션 간 가격차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기관별로 다른 집계를 내놓는가 하면,현황자료를 놓고 각기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기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업계는 업계대로 불만이 많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업계 의견 수렴에 소극적이었다"며 "증권사 투자자 스캘퍼(초단타 매매하는 큰손) 등의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자들과 거리를 두려는 금융당국의 처지는 이해하지만,처음부터 시장 전문가들과 열린 자세로 토론했다면 비효율적인 진통은 덜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정감사 때 의원들의 질책에 허둥대다 막판 업계의 현실론으로 기우는 모습이어서 이 같은 아쉬움은 더 컸다.

C증권사 연구원은 "정치권이나 업계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개된 토론이 약이 됐을 것"이라며 "폐쇄적 논의과정이 금융당국의 전문성과 자신감 부족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김유미 증권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