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FTA)교섭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보가 4일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 · 미 FTA 쟁점 타결을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양국 정상이 오는 11,12일 주요 20개국(G20)서울 정상회의를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

통상교섭본부는 협상과 관련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통상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민감한 쇠고기 문제보다는 양국 간 무역불균형이 큰 자동차 분야가 핵심 쟁점이다.

◆한국의 차(車)연비규제

자동차 분야 쟁점 중 하나는 연비규제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작년 7월 10인승 이하 승용 · 승합차의 연비 기준을 'ℓ당 17㎞ 이상' 또는 '㎞당 온실가스 배출량 140g 이하'로 정하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 기준인 'ℓ당 15㎞ 이상'보다 높아 '비관세 장벽'이라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미국은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대수가 연간 1만대 이하인 업체에 대해서는 연비규제를 면제해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연비규제 시행 직전 3년(2009~2011년)평균으로 연간 판매량이 1000대 미만인 업체는 3년간 면제하고,연간 판매량이 1000~4500대인 업체는 2015년까지 연비 규제를 10%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 안대로 협상이 종결되면 미국 자동차 '빅3' 중 GM(2009년 기준 국내 판매량 589대)은 2012~2014년까지 3년간 규제 면제,포드(2957대)와 크라이슬러(2255대)는 2012~2015년까지 4년간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양측의 견해차를 좁힐 여지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비규제는 FTA 협정문이 아닌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환경부가 마련 중인 '연비 · 온실가스 배출 허용기준 고시'에 들어갈 내용"이라며 "FTA 협정문을 고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미국 픽업트럭 보호

미국 픽업트럭 시장 보호도 유력한 협상 쟁점이다. FTA 협정문은 미국 픽업트럭 시장의 관세를 현행 25%에서 FTA 발효 후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하도록 명시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한국산 픽업트럭이 미국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FTA 협정문을 고치지 않는 선에서 미국 픽업트럭을 보호하는 조치를 짜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자율수출규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예컨대 한국이 미국에 픽업트럭 수출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한국은 1992년 7월 미국의 반덤핑 제소를 당한 철강 부문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정부 관계자도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현재 픽업트럭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업체의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한국 측 요구는 제시 안해

이번 실무협의는 미국의 '창'과 한국의 '방패'가 겨루는 양상이다. 정부는 자체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국 측 요구를 받아본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해 추가 협상을 빨리 타결짓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역으로 뭔가를 요구하면 미국의 요구사항이 더 커지고 아예 전면 재협상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