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자동차가 미국 딜러들에게 중형 세단 어코드를 팔면 대당 3000달러씩의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했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차량 판매가 신통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도요타와 닛산도 비슷한 처지다. 자동차 컨설팅업체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가 올 2,3분기(4~9월) 미 딜러에게 지급한 장려금이 대당 평균 2291달러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급증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점유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대량 리콜로 '품질 신화'가 깨진 데다 엔화가치 상승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어서다. 미국 등에선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좀체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일본차,떨어지는 시장점유율

도요타는 올 1~9월 미국에서 131만1300여대를 판매해 15.2%의 점유율을 보였다. 작년(17.0%)보다 1.8%포인트 낮아졌다. 수년간 이어졌던 도요타의 상승세가 올 들어 갑자기 꺾인 모습이다. 혼다도 마찬가지다. 작년엔 점유율이 11.0%였지만 올 들어 10.6%로 떨어졌다. 2008년 점유율(10.8%)에도 못미치는 숫자다.

도요타와 혼다는 유럽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도요타의 서유럽 점유율은 작년 5.0%에서 올 1~3분기 4.4%로,혼다는 1.7%에서 1.4%로 떨어졌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유럽에서 24만4600여대를 판매한 혼다는 올 들어 3분기까지 14만6900여대를 파는 데 그쳤다. 혼다는 올해 중국에서도 작년(7.8%)보다 1.8%포인트 떨어진 6.0%의 점유율을 보였다.

일본차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엔고로 인한 수출 경쟁력 하락과 대량 리콜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꼽힌다. 환율은 작년 평균 달러당 95엔 수준에서 현재 80엔 선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세계 시장에서 800만대 안팎의 리콜을 단행한 도요타는 최근 153만여대를 추가 리콜키로 했다. 혼다도 52만여대를 리콜 중이다.

◆현대 · 기아차의 발빠른 시장 흡수

해외 시장에서 일본차와 맞붙고 있는 현대 · 기아차는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앞선 감성 품질과 비교우위의 가격 조건에서 일본차의 대체재로 인식되면서 일본차가 놓친 점유율을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현대 · 기아차는 미국에서 올 1~9월 67만8000여대를 판매했다. 점유율이 사상 최고인 7.9%로 작년(7.0%)보다 0.9%포인트나 높아졌다. 올해 처음으로 닛산(7.8%)마저 제쳤다. 서유럽 시장에선 도요타를 포함해 일본 빅3를 모두 눌렀다. 올 1~3분기 47만3600여대를 팔아 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도 크게 앞섰다. 시장점유율 7%인 도요타와 6%인 혼다보다 훨씬 높은 9.4%를 기록했다. 현대 · 기아차는 2008년만 해도 도요타와 혼다에 뒤진 7.7%의 점유율을 보였다. 현대 · 기아차 관계자는 "대규모 리콜 여파로 일본차의 신뢰가 예전만 못해지면서 한국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줄어든 일본차 판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일본차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작년 10월 도요타 브랜드의 진출과 함께 일본차가 수입차 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할 것이란 예상과 다른 결과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일본차는 2008년 35.5%의 최고 점유율을 보였지만 작년 27.9%에 이어 올 1~10월 25.7%까지 밀렸다. 지난달엔 역대 최저치인 25.2% 수준까지 떨어졌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