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옵션 만기일이었던 지난 11일 마감 동시호가에 무려 1조6200억원의 매물이 쏟아지며 순식간에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후 2시50분까지 약보합을 유지하던 코스피지수가 동시호가가 끝난 오후 3시 전일 대비 53포인트나 빠진 1914.73으로 마감된 것이다.

갑자기 폭락한 증시에 일반 주식 투자자들도 당황했지만 옵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극단적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풋옵션 매수자들은 10분 만에 수십배에서 수백배의 대박을 터뜨린 반면 풋옵션을 매도했거나 콜옵션을 매수한 쪽은 한순간에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특히 풋옵션을 매도한 일부 기관투자가는 투자금의 수십배 내지는 수백배까지 물어내야 할 판이라고 한다. 이번 일로 중소형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중 문 닫을 곳이 생길 것이라는 등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이런 대형 사고가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점이다. 옵션의 결제 기준이 되는 코스피지수를 옵션 만기일 동시호가를 통해 결정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존속하는 한 언제 터져도 터질 일이었다. 현행 제도상 옵션 투자자들은 만기일 오후 2시50분부터 10분간 모든 것을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매매를 비롯 3시까지 동시호가 시간대에 쏟아지는 현물주식 주문 동향에 따라 옵션의 결제 여부와 결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눈 감고 내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고의 책임은 우선 이런 '투기'가 가능하도록 만기결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해 온 금융당국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도이치증권 창구를 중심으로 이 같은 매물폭탄이 쏟아진 배경과 그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가 없었는지는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동시호가 제도를 포함, 외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불합리한 옵션 만기 결제지수 결정방식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 주식워런트증권(ELW)처럼 만기일 포함 5일 평균 종가로 정산하는 방식 등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문을 10분간 닫아 놓고 주가를 급등락시키는 '장난'을 더이상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번에는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지만 보통 개인투자자들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