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가 폐막된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서울시내 전역에서 맹활약한 자원봉사자들이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이틀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자원봉사 활동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자원봉사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이별을 고했다.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인원은 약 6500명에 달했다. 주 행사장인 코엑스에 700여명,서울시내 전역에서 5800여명이었다.

코엑스 자원봉사자는 엄격한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100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인재들로 구성됐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하딘 시몬스대의 음대 조교수인 최혜진씨(43)는 안식년을 맞아 고국에 들어왔다가 지하철에 붙어 있는 G20 홍보자료를 보고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다. 최씨는 "미국에서 삼성,LG라는 상표는 알아도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며 "20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서울에 모여 주목받은 이때가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외신 기자들의 차량 이동을 도운 이동규군(18)은 한국외대부속외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고교생.미국 대학에 원서를 접수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 중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군은 "평소 국제 문제와 언론에 관심이 많았다"며 "미디어센터는 대학생 이상만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었는데 세계 곳곳에서 온 기자들을 만나고 싶은 욕심에 무조건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중학교 때까지 6년 정도 미국과 영국에서 생활해 영어에 능통하고,인턴 기자 활동이나 영상 공모전 등에서 수상했던 경험을 내세운 것이 100 대 1의 경쟁률을 돌파한 비결인 것 같다"고 자평하며 환하게 웃었다. 코엑스에는 최씨와 이군 같은 도우미 덕분에 행사 전반이 부드럽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시내 곳곳에도 서울시가 뽑은 자원봉사자 5829명이 활동했다. 서울시가 이들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원봉사자 중엔 여성이 4314명(74%)으로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69.1%)와 10대(20%)가 대다수로 학생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러나 30대,40대 지원자가 각각 335명(5.7%) 155명(2.7%)이었고 50대 이상도 144명(2.5%)에 달해 세대를 불문한 참여 열기를 드러냈다.

최고령 자원봉사자 최재원씨(70 · 서울 월계동)는 미8군 부대와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지하철 을지로4가역에서 영어 안내를 맡았다. 최씨는 "6 · 25 한국전쟁을 경험한 우리 세대로선 폐허가 됐던 한국이 경제대국 모임에 참여하고 의장국까지 맡은 것이 그저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단은 모두 통역이 가능한 수준의 어학 실력을 갖췄다. 영어가 67.7%로 가장 많고 일본어(13.2%) 중국어(10.6%) 순이었으며 인도네시아,아랍,인도,터키어 등 총 14개 언어를 구사했다.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도 117명(2%) 포함됐다.

지하철 수서역에서 일본어 통역자로 활동한 변규창씨(35 · 서울 능동)는 일본인 아내가 참가신청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변씨는 "아내가 일본보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먼저 개최한 것에 자극받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