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강남 복부인'이 있다면 일본엔 '와타나베 부인(Mrs.Watanabe)'이 있다. 와타나베 부인은 해외 투자에 나선 일본의 가정주부를 통칭하는 말이다. 강남 복부인의 재테크 주종목이 부동산이라면 와타나베 부인의 전공은 외환투자다. 이들은 가끔 투기에 가까울 정도의 차입투자를 하기도 한다.

금융회사에 맡긴 증거금의 최고 50배까지 인터넷을 통해 외환을 살 수 있는 증거금외환(FX)거래가 와타나베 부인들 사이에 인기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FX거래금액은 연간 200조엔(약 2700조원)으로 도쿄외환시장 전체 거래액의 20~30% 규모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그동안 주로 초저금리를 이용해 엔화를 팔고 고수익 외화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렇다면 지금 같은 초엔고 시대에 와타나베 부인들은 투자에 손을 놓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엔화가치가 오르고,달러 등 대부분의 외화값이 떨어졌지만 와타나베 부인들은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다. 이들의 수익원은 외환가치 변동에 따른 차익이기 때문에 엔화값이 오르든,내리든 투자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강남의 복부인 고수들이 아파트 값이 오르건,내리건 투자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와타나베 부인 중에서도 FX 투자의 고수로 알려진 전업투자자 도리이 마유미씨(45)를 최근 만났다. 노후 대비를 위해 5년 전부터 FX거래를 시작한 그는 'FX미녀회'라는 회원 200명의 투자 클럽까지 운영할 정도로 열성파다. 자신의 투자 경험을 소개한 'FX로 월 100만엔 버는 방법'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됐다.

도리이씨는 "최근 달러 약세와 각국의 시장 개입 등으로 국제환율 변동이 심해졌다"며 "환율변동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FX투자자들에게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 주로 엔 · 달러를 거래하는 그는 요즘도 월평균 100%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그 비결 중 하나는 데이트레이드다. 도리이씨는 "나는 기본적으로 그날 달러나 엔화를 샀다가 팔아 거래를 끝내는 데이트레이드를 한다"며 "때문에 엔고든,엔저든 큰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단타 차익을 노리기 때문에 환율의 장기 트렌드와 투자수익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단차 차익 거래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이런 의문에 도리이씨는 철저히 시장 분석을 하고 투자원칙을 분명히 지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다.

"단타 매매라고 해서 무턱대고 베팅하는 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받는 그날의 엔 · 달러 환율 전망 보고서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정해 투자하지요. 전문가의 조언이 투자 나침반이 되는 셈이죠.또 원금 100만엔,목표수익률 월 100%라는 원칙을 절대 잊지 않습니다. 월초에 100만엔으로 투자를 시작해서 월말엔 수익금을 모두 출금하고,다음달 초 다시 100만엔의 증거금으로 시작하는 식이죠.큰 수익을 냈다고 해서 증거금을 100만엔 이상 넣는 일은 없습니다. "


그는 리스크 관리에도 철저하다. 그는 "원금(100만엔)의 5%까지 손해가 나면 무조건 손절매한다"며 "그 후 다시 냉정을 되찾고 투자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런 보수적 투자 자세가 안정적 수익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한국에서도 FX증거금 거래를 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하고,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들어봤다. 역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FX증거금 거래는 반드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은행 빚을 내서 투자하는 건 금물이에요. 수익률이 높은 만큼 손실 위험도 크기 때문이죠.또 손절매할 손실 한도를 미리 정해 놓아야 합니다. '나중에 다시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버티다간 손해만 커지기 십상이죠.손절매한 뒤 냉정히 기회를 다시 노리는 게 현명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 철저히 프로다운 조언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