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의 청년실업률은 7.2%로 반등했다.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5%(5만8000명) 감소했다. 한국고용정보원도 대학생 10명 중 3명은 '졸업 후 1년 내 취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가질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대학교육이 진로결정에 도움이 안 되는 이유로는 '실무보다는 이론교육 중심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5.6%로 가장 많았다. 전공 자체가 취업 후 실무와 거리가 멀기 때문(22.6%)'과 '취업 후 직무수행에 필요한 교육이 없어서(21.6%)'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신규 직원채용 시 막대한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입사 후 실무 투입기간이 19.5개월 소요된다는 것,1인당 재교육비용은 6088만원이 들어 사회 전체적으로는 2조3000억원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과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대학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달라 이러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미래를 위한 학문탐구와 함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독일은 대학과 기업의 적극적인 매칭으로 대학교육과 실무의 괴리를 메워가고 있다. 독일상공회의소(IHK)는 기업과 학생 간의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해 신입생 때부터 지역기업에서 직무를 소개받는다. 일본은 대학 캠퍼스 내에 벤처비즈니스센터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 대학에서 방학기간을 이용해 기업 인턴십 과정이 필수과목으로 채택돼 재학 중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 등을 수행해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보고 졸업할 수 있는 제도가 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보육센터도 대부분의 대학에 설치돼 있다. 따라서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미국,일본,독일 등의 대학들과 큰 차이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앞서가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대학의 우수 인재들은 여건이 열악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며 결혼하기도 어려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미국의 MIT,일본의 도쿄대,독일의 베를린공대 졸업생들이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자로 근무하고 있는 경우와 대조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기업 스스로 효율적인 산 · 학 · 연 협력을 통해 독자적인 연구개발(R&D) 능력을 확보해 세계적인 전문기업이 돼야 한다. 학생들은 중소기업 연구과제에 참여하면서 기업과 일을 이해하고 중소기업에서 핵심기술자가 돼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산학연협회에서 전담하는 '산 · 학 · 연 협력 기술개발사업'은 기업이 대학 · 연구기관과 공동 R&D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연구원으로 참여하는 대학생 · 대학원생은 1~2년의 과제 수행기간에 선도기술을 습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실무경험을 쌓게 돼 입사 때 재교육 절차를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대학생 · 대학원생이 중소기업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동연구 과정을 통해 해당 기업에 취업하는 연결고리 역할도 하게 된다.

2007년에 '산 · 학 · 연 공동기술개발지원사업' 대상인 212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정부지원금 1억원당 7.86명을 고용했다. '기업부설연구소 설치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된 372개 기업은 1억원당 7.35명을 고용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1000억여원의 연구개발 자금지원을 통해 매년 5000명 이상의 학생이 '산 · 학 · 연협력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취업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는 20대 취업자(394만명)의 0.13%에 이르는 것으로 중소기업에서 18년간 약 10만명의 고용유발효과를 거둔 셈이다. 따라서 매출증가,특허등록 등 경제적 · 기술적인 성과뿐 아니라 고용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 사업이다.

이중환 케이맥 대표는 산 · · 학연공동기술개발지원사업을 통해 산 · 학 · 연 협력의 문을 두드려 충남대 고윤호 교수와 2007년 공동으로 '백색광 주사 간섭장치의 PZT 구동시스템'과제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정부지원금의 100배에 달하는 3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96명이던 직원도 지난해 151명으로 늘었다. ㈜한스코는 더미바(dummy bar) 회전부의 마찰을 원활하게 하고 경도가 높은 재질을 개발하기 위해 이의길 한밭대 교수와 '산 · 학 · 연 협력 기업부설연구소 지원사업'을 통해 2007년 산 · 학 · 연 협력에 참여했다. 대체 소재를 개발하기 전에는 원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제품단가가 높았던 반면 기술개발에 성공한 후 4분의 1 가격으로 동일성능을 낼 수 있게 됐다.

국가가 중소기업 R&D사업을 통해 기술력을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중소기업은 산 · 학 · 연 협력을 통해 신기술 및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근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