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1 · 11 옵션쇼크'를 초래한 외국인투자자의 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해외 감독당국과의 공조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국내 규정을 어기고 통합계좌(옴니버스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실태 파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송경철 금감원 부원장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옵션만기일(11일)에 국내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대량 매물이 쏟아진 시점을 전후해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지 일단 국내를 중심으로 조사 중이지만 국외와 관련된 부분이 있으면 외국 감독당국의 협조를 받는 등 다양한 경로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과 한국거래소는 도이치증권에서 매물을 쏟아낸 계좌를 역추적한 결과 도이체방크 런던법인에서 대량 매도 주문이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이 주문을 내면서 통합계좌나 스와프 거래 등을 활용하는 바람에 실제 매도 주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내에선 도이체방크가 거래한 것으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2조3000억원대 매도 버튼을 누른 정체 모를 투자자가 따로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통합계좌는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일괄 운용한 뒤 성과를 배분하는 방식이어서 투자자들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이 같은 통합계좌를 통한 외국인의 한국 증시 투자는 국내 감독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금감원은 세금과 외국인 투자등록 문제 등을 이유로 통합계좌 방식의 주식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 유치가 강조되면서 감독이 느슨해져 실제로는 외국인 투자등록 등 번거로운 절차를 밟지 않고도 통합계좌를 이용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외국인은 통합계좌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스와프 계약을 맺고 첨단 파생상품을 매개로 국내 증시에 투자해 왔다. 글로벌 IB들이 고객 주문에 맞춰 국내 증시에 대신 투자하고,외국인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파생거래 포지션을 만들어줘 동일한 투자효과를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통합계좌,스와프 거래 등 복잡한 방식으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금감원이 불공정이 의심되는 외국인 계좌를 동결하려 했지만 통합계좌인 탓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글로벌 IB들은 금감원이 투자자 공개를 요구해도 영업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대부분 응하지 않고 있다.

주도자를 밝혀낸다 해도 현 · 선물과 연계된 불공정 거래를 했는지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정체를 숨긴 외국인에 의한 제2, 제3의 옵션쇼크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