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런던법인이 유력한 단독 용의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도이체방크 런던법인에서 나온 주문이 한국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체결됐다"고 확인했다. 그 중간에 홍콩 도이치증권이 개입한 흔적도 감지된다.

문제는 도이체방크 런던법인에서 주문을 낸 주체가 누구냐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도이치금융그룹의 단독 범행인지,여러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대신 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아직 어느 쪽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계좌를 뒤지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이 국내 규정을 어겨가며 여러 사람의 주문을 모을 때 쓰는 통합계좌를 사용하고 스와프계약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실체 파악이 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독 범행 쪽에 무게를 싣는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도이치 정도면 만기일에 2조원쯤을 동원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라며 "도이치그룹 계열의 여러 회사들이 돈을 모으고 런던법인과 홍콩 도이치증권을 중심으로 모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심증은 가지만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기획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그렇다면 사전에 빠져나갈 구멍도 다 마련해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간 큰' 외국인이 얼마나 먹었을지도 관심이다. 꼬리를 밟히지 않으려고 속칭 '스리 쿠션' 방식의 복잡한 계약을 동원한 탓에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식선에서 추정해 볼 때 최소 3000억원은 벌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옵션 프리미엄이 1000원으로 추락해 이른바 '시체'였던 '풋 252'(코스피200지수 252에 행사하는 풋옵션)와 '풋 250'의 장 막판 5분간 거래량이 급증한 부분이 의심된다. 이를 도이치증권에서 쓸어담았다고 가정하면 약 2000억원의 차익이 가능하다. 현물주식(매수차익거래 잔액)을 2조원 이상 쌓는 과정에서도 주가가 올라 2000억원은 벌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손실은 당일 2조원의 폭탄 매물을 쏟아낼 때 주가 하락으로 인한 2.5% 정도로 관측된다. 그래봐야 500억원 선이다. 이 손실마저도 합성선물을 통해 헤지하며 훨씬 큰 수익을 얻었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