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포르투갈,스페인에다 벨기에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7500억유로(1140조원) 규모의 유로존 재정안정기금(EFSF)으로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까지 재정적자 위기가 확산될 경우 기금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안정기금의 대폭 증액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140조원으로 버틸 수 있을까?

독일 일간 디벨트는 25일 "EU집행위가 독일 정부에 유로존 재정안정기금 규모를 현재보다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독일 정부가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현재 기금이 7500억유로 규모지만 조만간 포르투갈과 스페인까지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실질적으로 가용한 기금은 5300억유로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추가적으로 다른 나라가 손을 벌릴 경우 기금이 보증할 수 있는 액수가 줄어드는 만큼 EU가 독일에 기금 확대를 비공식 요청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거들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이 집행됐지만 재정위기 전염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식으로 구제금융 집행 국가가 늘어난다면 현재의 기금으론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대되는 것이다.

실제 26일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1999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창설 이래 최고로 치솟는 등 재정위기 확산 공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9.39%로 구제금융 발표 이전보다도 높아지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10년물 국채 금리도 7.28%로 뛰었고,스페인 국채 금리도 5%를 넘어 5.25%로 계속 오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근 아일랜드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한 데 이어 무디스도 아일랜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대해 EU집행위는 "독일에 유로존 안정기금 확대를 요청했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고,클라우스 레겔링 유로존 안정기금 대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요청해도 끄떡없을 만큼 기금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는 "기금 확대 방안이 당장은 현실성이 크지 않지만 (현재 기금으로) 유로화에 대한 공격을 막기 힘들다면 기금을 확대하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기금 확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처럼 유로존 재정안정기금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으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저녁 긴급 전화 회담을 갖고,유로존 안정기금이 만료되는 2013년 이후에도 항구적으로 대체 안정기금을 운영키로 합의했다.

◆대책 없이 상황 악화되는 'PIGS'

포르투갈 의회는 25일 22년래 최대 규모의 긴축 반대 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긴축안을 통과시켰다. 공공부문 임금 삭감 및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한 긴축안이 통과된 뒤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포르투갈이 위험지대를 벗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포르투갈의 긴축안이 시장의 우려를 줄이긴 힘들 것 같다"고 유보적인 평을 내놨다.

스페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스페인마저 무너진다면 유럽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페인의 경제 규모가 이들 3개국을 모두 합친 것의 2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스페인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올 압류주택이 올해의 3배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5년간 2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년간 스페인에서 부동산 및 건설회사 2600개가 문을 닫았고 스페인 은행들이 지금껏 털어낸 부실 자산 규모는 700억유로에 이른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일랜드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