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우즈베키스탄 7위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우즈베키스탄 법인(RBS우즈)을 인수한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이르면 다음 달 초 RBS우즈 인수와 관련,RBS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산은은 RBS우즈의 지분 3분의 2가량을 인수해 산은의 현지 법인인 'KDB우즈'와 합병시킬 계획이다.

산은은 지난 4월부터 RBS와 RBS우즈 인수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고 인수가격 협상을 진행해왔다. 영국계 대형 은행인 RBS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손실을 입으며 국유화됐다. 이 과정에서 해외 법인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가격이나 인수조건 등이 맞지 않아 난항을 겪어 왔지만 최근 협상이 급진전돼 조만간 인수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라며 "SPA를 체결한 뒤 준비기간을 거쳐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RBS우즈와 기존 현지 법인인 'KDB우즈'를 합병해 아시아 신흥국에서 투자금융(IB)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KDB우즈는 작년 말 총자산 1억2300만달러로 우즈베키스탄 현지 자산 순위 17위인 소형 은행이다. 그러나 RBS우즈를 인수하면 자산 규모 6위로 뛰어 오른다. RBS우즈의 자산은 작년 말 기준 3억6500만달러,영업이익은 700만달러로 현지 7위 은행이다. 단순히 자산 규모를 합치면 5억달러에 근접해 현지 순위 6위가 된다.

산은 관계자는 "RBS우즈의 주거래 기업이 외국계 기업이고 외환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IB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산업은행과 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투자은행(CIB)으로 전환을 추진하던 산업은행은 RBS우즈를 통해 신흥국가를 상대로 IB업무를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산은은 지난 2월 글로벌 CIB 변신 작업 중 하나로 추진하는 태국 7위권 은행인 시암시티은행(SGIB) 인수에 실패했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대형 은행에 강한 규제를 가하는 일명 '볼커룰'이라 불리는 강력한 은행 규제안을 발표했고 산은도 인수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나면서 윤곽이 드러난 글로벌 금융규제가 산은의 민영화와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산은은 RBS우즈 인수에 탄력을 받게 됐다.

금융당국도 산업은행의 우즈베키스탄 인수에 호의적인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의 해외네트워크 기반을 강화하는 해외 로컬은행 인수는 오히려 장려해야할 것"이라며 "기업금융에 강한 산은이 이번 인수로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태국 시암시티은행 인수를 포기한 데 이어 최근엔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으나 정부의 반대로 없던 일로 했다. 잇따른 인수 시도 실패로 힘이 빠진 산은에 RBS우즈 인수는 상당한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