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라면 전쟁'서 밀리면 끝장…이마트·코스트코, 가격인하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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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 만에 반값으로
왜 신라면인가
소비자 선호 '로스 리더' 상품, 30개들이…한눈에 가격 비교
왜 신라면인가
소비자 선호 '로스 리더' 상품, 30개들이…한눈에 가격 비교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양재점과 이마트 구성점 간 가격 인하전이 '치킨게임(양쪽 모두 포기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게임이론)'식의 출혈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마트가 경기 용인에 첫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 구성점'을 연 이후 농심 신라면 등 동일 판매 품목을 놓고 두 점포가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상대 점포보다 낮게 잇달아가격을 내리고 있다. 양측엔 초기 대응에서 밀리게 되면 '끝장'이란 인식도 깔려있다.
◆신라면 납품가의 60% 수준에 판매
두 점포 간 가격경쟁은 '신라면 전쟁'으로 요약된다. 유독 신라면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국민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은 이 제품을 '로스 리더'로 삼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라면은 유기농 채소 · 웰빙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스타슈퍼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의 하나다. 두 점포 모두 똑같이 30개들이 포장상품만 판매해 가격을 곧바로 비교할 수 있는만큼 생존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 제품은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두 점포의 주요 고객층인 자영업자들이 선호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이마트 구성점의 주요 타깃은 용인과 분당 및 수원 영통지구의 자영업자들로 코스트코 양재점의 고객층과 겹친다. 분식집 등 라면 판매점들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주로 신라면을 끓여주는 현실을 감안하면,신라면의 가격변동은 그 만큼 자영업자들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다. 두 점포에서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농심 제품과 오뚜기 진라면,생수 에비앙 등의 가격도 지난달 26일보다 30~40% 떨어졌음에도 신라면만 연일 품절사태를 빚는 이유다.
코스트코 양재점의 신라면(30개들이) 가격은 지난달 26일 오전 1만6490원(개당 550원)에서 연쇄적으로 인하해 5일 8790원(293원)으로 반값 수준으로 떨어졌고,이마트 구성점에선 1만5990원(개당 533원)에서 9490원(개당 313원)으로 40.7% 내렸다.
이에 비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 일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신라면의 개당 가격은 583원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농심의 신라면 공급가는 500~550원대.결국 두 점포는 신라면 1개를 판매할 때마다 200원가량씩 손해보는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신라면은 거의 마진없이 파는 미끼 상품으로 업체마다 판매가가 비슷하게 형성된다"며 "개당 300원 수준이면 생산원가에도 훨씬 못미친다"고 말했다.
◆창고형 할인점 간 양보없는 가격전쟁
두 점포는 가격 조사요원을 상대 점포에 '파견'해 실시간으로 가격동향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에선 상품을 납품 받는 '바이어'가 판매가격 결정권을 갖고 긴밀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와 코스트코는 앞으로도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두 점포의 가격 전쟁을 이어갈 태세다. 이마트 관계자는 "구성점은 자영업자들에게 상품을 국내 최저가로 판매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도 두 점포 간 '신라면 전쟁'이 점포와 품목이 한정돼 아직까지는 회사 차원의 손실이 크지 않고 마케팅 효과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트코는 양재점을 제외한 양평점 등 6개 점포에선 신라면 값을 내리지 않은 채 1만6490원에 판매중이고,이마트도 구성점에서만 가격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두 점포에서 4000여개 품목 중 신라면처럼 포장단위까지 같은 품목은 몇개 되지 않는다"며 "신생 점포인 이마트 구성점은 손실보다는 초기 방문객을 늘리는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점포 간 가격전쟁은 앞으로 이마트와 코스트코가 본격적으로 격돌할 '창고형 할인점' 싸움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양측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마트는 구성점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광역 상권에 창고형 할인점을 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와 코스트코는 앞으로 곳곳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두 점포 간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태형/심성미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