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부터 코스피지수가 치고 나가 무난히 23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상승장은 정보기술(IT)주가 이끌게 될 겁니다. "

올해 자문형 랩 돌풍을 주도한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43 · 사진)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목표 지수대를 2300~2750으로 제시하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디락스 환경이 펼쳐지면서 기업 순이익이 한 단계 뛰어 주가를 견인할 것이란 설명이다.

박 대표는 "2003년 20조원 미만이던 기업 순이익이 2004~2007년 50조원으로 불어나면서 코스피지수가 1000에서 단숨에 2000선을 돌파한 것처럼 내년 기업 순이익이 2007년의 두 배인 110조원이 되면 증시가 레벨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110조원은 이머징마켓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15%를 적용한 것이다.

박 대표는 "한국 증시가 이머징국가로 남을 경우 내년 지수는 2300선,MSCI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2750까지도 갈 수 있다"며 "1분기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고 어닝시즌마다 계단식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를 거치며 '스타 펀드매니저'로 명성을 얻은 박 대표는 지난해 2월 브레인투자자문을 설립했다. 브레인은 자문형 랩 시장의 강자로 떠올라 계약액이 지난해 9월 5000억원에서 현재 2조7000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특히 그가 선호하는 기아차 LG화학 삼성전기 등 이른바 '7공주' 종목은 개인은 물론 기관까지 가세해 한때 시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내년엔 글로벌 경기가 바닥권에서 반등해 증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중국 경기선행지수가 11월 바닥에서 반등하고 미국도 경기 턴어라운드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이 올해 2% 정도만 성장해도 세계 주식시장은 호황을 누릴 것이고,미국이 저성장을 면치 못해도 중국경기가 호전된다면 국내 증시에는 충분한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회복에 따른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 때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옮겨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양호한 투자성과를 내려면 기업의 현재 이익보다 미래 이익을 증가시킬 변수들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종전에 매도했던 삼성전자 LG전자 등 IT주를 최근 다시 사들인 것도 이런 원칙 때문이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 개발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던 LG전자가 최근 옵티머스를 만들어내고,삼성전자가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내놓고 애플과 경쟁하는 것을 보고 최근 IT주를 집중 매수해 비중을 높였다"고 귀띔했다.

박 대표는 외국인과 기관이 비중을 높이는 IT와 화학 · 자동차 등의 초우량주들이 내년 증시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주와 KB금융 등 은행주도 내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대형주 장세에서는 몇몇 종목만 오르기 때문에 개인들이 돈을 벌기 어렵다"며 "가급적 간접 투자하고,직접 투자를 하려면 '맥도날드 할머니'식으로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는 미국 할머니들이 맥도날드에서 주문하려고 늘어선 긴 행렬을 보고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직접 체험한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글=서보미/사진=김영우 기자 bmseo@hankyung.com


◆ 골디락스

goldilocks.고성장에도 물가상승 압력이 없는 상태.영국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유래했다.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는 어느 날 숲속에서 곰이 끓여 놓고 나간 뜨겁고,차갑고,적당한 온도의 3개 수프 중 적당한 온도의 수프로 배를 채우고 기뻐한다. 즉 골디락스 경제는 뜨겁지도,차갑지도 않고 건실하게 성장하는 이상적인 상황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