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술시장은 양도세 부과 논란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보였다. 미술품 경매시장의 낙찰률도 낮았다. 그러나 낙찰총액은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813억원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시장의 악재로 작용했던 양도세 부과 시기가 2년 유예되고 국제시장의 분위기도 좋아 전반적으로 활기를 띨 전망이다.

◆낙찰총액 늘고 낙찰률은 떨어져

미술품 3대 경매회사의 올해 매출은 813억원(서울옥션 502억원,K옥션 269억원,아이옥션 42억원)으로 늘었다. 국내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미술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추세를 반영해 중저가 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경매회사들이 미술품에서 디자인 가구와 시계 등으로 영역을 다변화한 것도 매출 증대에 한몫 했다.

그러나 양대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의 평균 낙찰률은 작년보다 2%포인트 하락한 70%에 머물렀다. 서울옥션이 국내에서 13차례 실시한 경매의 낙찰률은 평균 69%로 지난해(74%)보다 하락했다. 낙찰총액은 502억원으로 지난해 386억원보다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매 횟수가 10차례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부진한 수치였다. '디자인 경매'를 국내 처음 실시한 서울옥션은 도널드 저드의 의자,샬롯 페리앙의 오리지널 빈티지 책장,폐가구 등 고가 작품이 팔리며 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에서 디자인 작품의 경매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K옥션은 출품작 2019점 가운데 1428점이 팔려 낙찰률 70.7%,총낙찰액 2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28% 정도 증가했고,출품작 수도 16% 정도 늘었다. 낙찰률은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시계 보석 경매는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면서 신선한 테마 경매로 자리잡았다.

고미술품 전문회사 아이옥션은 올해 고서화 도자기 민속품 등 출품작 1056점 중 893점을 팔아 작년(66억원)보다 30% 줄어든 42억원의 매출에 그쳤다.

◆41억원에 팔린 마르크 샤갈 작품

올해 경매시장의 특징은 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해외 인기 작가와 국내 원로,작고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서 마르크 샤갈의 '동물들과 음악'이 41억6700만원(2850만홍콩달러)에 팔려 올해 경매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고미술품으로는 19세기 금강산 그림첩인 '와유첩(臥遊帖)'이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인 17억1000만원에 팔렸다.

◆내년에는 회복 기대

미술품 양도세 부과 2년 유예와 그림값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내년 미술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림 거래가 경매 위주로 살아나면서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국제 시장이 활기를 띠는 만큼 국내 시장에도 훈풍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최근 2~3년간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인기 작가들의 작품에는 '바닥 심리'가 작용해 매수세가 붙고 가격도 소폭이나마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