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곡동에 있는 광우메딕스(대표이사 임천복 · 사진) 본사 빌딩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이 되면 클라리넷 선율이 울려 퍼진다. 초등 · 중학생 중심으로 구성된 클라리넷 앙상블 단원들의 정기교습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광우메딕스와 보청기 업체 지엔리사운드코리아의 임천복 대표이사는 현재 클라리넷 앙상블 단장이다. 매주 금요일 사옥에서 청각 장애인의 치료를 돕는 클라리넷 무료 교습을 6년째 열고 있다. 또 직접 클라리넷을 배워 매년 이들과 함께하는 연주회에도 참석하고 있다.

광우메딕스는 1988년 창업한 이후 지난 22년 동안 이비인후과 의료기기 분야에 매달려온 전문기업이다. 보청기 기술 분야의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덴마크 지엔리사운드그룹의 한국법인인 지엔리사운드코리아와 수면 관련 의료장비를 수입, 판매하는 솜노케어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임 대표는 2002년 지엔리사운드코리아를 설립한 후 보청기 사업을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청각 장애인의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잘 듣지 못했던 아이들이 보청기 또는 수술을 통해 언어 표현도 늘고 활달해진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출발한 것이 클라리넷 앙상블 창단이었다.


클라리넷 앙상블은 청각장애 아이들이 클라리넷 연주회,정기교습,방학캠프 등의 활동을 통해 폭 넓은 음색을 배우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며,단체 생활 능력 배양 등을 통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임 대표는 더 많은 청각장애인을 돕기 위해 탤런트 김민자씨 등과 의기투합해 2007년 사회복지단체인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를 설립하기도 했다. 사랑의 달팽이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인공와우 수술과 언어치료를 통해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경제적 소외 계층의 아동들에게 '소리'를 찾아주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복지 단체다.

사단법인 등록 전인 2000년부터 난청인 치료지원,클라리넷 앙상블을 통한 난청인 사회적응지원,장학사업을 통한 난청인 생활지원,사회적으로 소외된 노인층에 무료청력검사 및 보청기지급사업 등 다양한 오프라인 캠페인 행사와 홈페이지 운영.네이버 해피로그 등 다양한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난청인 사회 인식 개선 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가량이 난청으로 고통 받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그런 현실에 사회적 관심은 매우 낮다"고 안타까워했다.

사회 봉사단체인 '장애인과 함께하는 시민의 모임'은 지난 4월 '올해의 자원봉사자(볼런티어)상' 수상자로 임 대표를 선정하기도 했다. 임 대표가 사랑의 달팽이를 통해 청각장애인 지원을 위한 봉사활동과 기업의 사회적 기여에 앞장 서 온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임 대표는 지난 5월에도 '제 6회 사랑의 달팽이 자선골프대회'를 통해 50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최근에는 여의도 순복음교회,명동 영락교회 등 교회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청력검사를 실시해 건청과 난청에 대한 결과를 알려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중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보청기를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몽골 투아이막 도립병원에 보청기 20세트를 지원했으며 향후에도 소외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사업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임 대표는 "6년 전 클라리넷 앙상블 창립 1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아이들이 멋진 연주를 하는 동안 뒷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부모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늘 고민하고 실천을 통한 나눔 경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더 많은 기업의 참여와 후원도 당부했다. 그는 "청각장애인 중에는 어릴 때 발견하면 수술을 통해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평생 청력을 잃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며 "꾸준한 재활치료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심장병 · 백혈병 어린이 돕기처럼 당장의 성과를 확인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그들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다시 설 수 있도록 많은 기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