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직은 한국 주식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과의 마찰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순 있겠지만 저금리의 캐리 트레이드를 이용한 한국 주식 매수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

이세원 크레디트스위스(CS) 서울지점 주식부 상무(37 · 사진)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차익을 실현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증시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옮기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 상무는 CS의 외국인 고객 대상 주식영업과 트레이딩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06년 골드만삭스를 거쳐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리먼 브러더스와 노무라증권의 주식부 트레이딩 대표를 지냈다. CS는 국내 진출 외국계 증권사 중 4년 연속 시장 점유율(거래량 기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상무는 "연말을 맞아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이머징국가(신흥국)를 통틀어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던 한국의 정보기술(IT)과 은행주를 사들이면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임에도 매수 규모가 큰 것은 그만큼 내년 증시에 대한 시각이 낙관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3년여 만에 2000선까지 급등했지만 올해 이머징 대비 상대 수익률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아직도 저가 매력이 충분해 2000선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도네시아와 태국 증시는 올 들어 40% 넘게 상승한 반면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은 20%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로 16~17배에 달하는 중국보다 훨씬 낮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미국 유럽 투자자들은 낮은 금리에 달러를 빌려 기대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최근 2년간 지속된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상무는 "중국과 미국이 지금보다 더 강력한 긴축을 단행할 경우 장기펀드를 중심으로 한국 주식을 매수한 외국인들이 추세적인 매도로 돌아설 수 있지만 그 시기는 빨라야 2012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유럽 신용불안,북한과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심리적 불안요인일 뿐 외국인 매매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이 내년 포트폴리오에 가장 담고 싶어 하는 업종은 IT · 은행주이며 뒤이어 자동차와 조선을 꼽았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 KB금융 신한지주 등 업종 대표주에 대한 외국인 보유비중이 50%를 넘어서고 있지만 과거 최고치에는 한참 못 미친다"며 "KB금융과 신한지주는 외국인 보유비중이 70%대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주와 수주가 늘고 있는 대형 조선주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지만 시가총액 비중 2위인 포스코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관심이 없다는 전언이다. 이 상무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75만원대부터 사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국내 기관들이 가세하면서 주가를 90만원 위로 끌어올렸다"며 "100만원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지으며 "한국이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점차 더 많은 고객들이 선진국으로 인식하는 등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연/사진=양윤모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