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들어갈 돈이 현대제철로 몰렸다."

올해 철강업계는 한마디로 '보릿고개'였다. 철강업계의 보릿고개는 춘궁기(春窮期)를 넘어 '연궁기(年窮期)'에 가까웠다. 대장주인 포스코의 시련은 더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철강업종의 새로운 성장주로 떠오르면서 투심을 자극했다.

철강업체들은 원료가격의 급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어렵사리 증설해 놓은 설비들도 소용이 없게 됐다. 주가도 이 같은 업황을 반영했다. 올들어 철강업종 지수의 상승률은 -7.92%(12월20일 기준)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으면서 신세계(?)에 들어섰지만 철강업종만은 딴 세상인 셈이었다.

철강업종의 부진에 단단히 한 몫한 종목은 단연 포스코다. 포스코는 연초대비 주가 하락률이 23.62%에 달한다. 지난 20일 주가는 46만9000원으로 50만원 밑으로 내려 앉아있다. 포스코의 폭락 속에 철강업종을 버티게 한 것은 현대제철이었다. 현대제철은 올해들어서만 37.05%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는 20일 현재 11만8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와 증권업계에서는 철강업종에 투자할 돈이 현대제철이나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분석했다.포스코가 대장주이긴 하나 부진한 실적과 추락하는 주가에 투자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포스코, 시총 2위도 현대차에 빼앗겨

삼성전자와 함께 쌍두마차를 형성하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포스코가 올해는 이름값을 못했다. 4분기에는 승승장구하는 현대자동차에게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줬다.포스코의 부진에 투자자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영업이익이 3조원으로 감소했다. 불과 1년만에 영업이익이 다시 5조원대로 뛰었지만, 주가는 부진했다. 포스코의 부진은 철강업계의 불황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철강업계는 △원료가격의 부담과 △부진한 수요(건설경기와 연관) △중국의 공급과잉 우려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더군다나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독점적 지위를 빼앗긴 포스코가 올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또한 부진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등이 올해 열연공정에 진출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은 후판증설에도 나섰다.

이처럼 국내에서 공급이 확대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작용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실적과 주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상승했다. 포스코의 부진을 업황 탓으로만 돌리기 힘든 대목이다.

포스코는 올해들어 철광석 계약을 '분기'로 바꿨다. 포스코가 40년 동안 연간으로 해왔던 철광석 도입 계약 형태를 바꾼 것이다. 철광석 가격은 2분기에 90%, 3분기에 26% 인상됐다. 4분기에는 13% 인하되는 등 변동성이 컸다. 포스코는 2분기에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가 3분기에 1조1000억원으로 떨어졌다.투자자들은 예측이 어려운 대장주의 실적을 원치 않았다. 안정적인 성장을 보여야할 대장은 1년동안 실적 변동성이 커졌고,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계기를 제공한 셈이 되고 말았다.

포스코는 최근 몇년간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냉연, 도금강판 등의 설비 투자를 진행해 왔다. 해외법인을 통해 연간 232만톤 가량의 열연강판을 생산한고 있다. 포스코는 46개의 해외 가공센터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도 투자는 번번히 벽에 부딪혔다. 인도 오리싸 주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2005년부터 추진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가에는 인도에서의 시장 확대 분이 반영됐지만 건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매물로 쏟아졌다.

◆ 환경변화에 적응 못하고 M&A에만 '급급'

해외시장 진출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M&A(인수·합병)만큼은 거침없는 한해였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성진지오텍에 이어 9월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지난 10월에는 관계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의 투자활동을 보였다.

아쉬운 점은 M&A 대상이 철강업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포스코가 철강업계의 한계를 자인한 것이라는 분석을 낳았다.더군다나 이러한 M&A 비용은 5400억원에 달했다. 예고없이 나가는 '큰 돈'을 투자자들이 고운 시선으로 볼리 없었다.

포스코의 4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에 못미치는 8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그야말로 바닥이다. 전문가들 또한 포스코가 올 4분기에 저점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는 올해로 끝이 아니다. 철강시장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회사의 투자와 변화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포스코의 내년 성적표는 믿을 만할까?

전문가들은 '올해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소극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더불어 내년 업종 내 최선호주로 포스코를 꼽는 것에도 다소 주저하고 있다.포스코를 추천한 애널리스트들도 '올해보다 개선될 실적을 반영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포스코가 4분기에 바닥을 찍고 올라올 것인지,돌아선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잡을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싯점이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