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에게 자존심 회복의 한해 였다. 빠른 수주회복과 주가 복원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경쟁사별 주가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2007년 이후 속락한 하락폭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 빅3 "주가 아직도 배고프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조선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등 비조선 부문에서도 불꽃튀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2조2230억원, 순이익 2조1460억원을 거뒀지만 올해는 3조2210억원, 3조5600억원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올 한해를 달궜던 이슈는 '비조선의 힘'이었다.

지난 3분기 누적 수주의 78%와 매출액의 64%를 비조선 부문이 책임졌다. 2008~2009년 9조원에 달했던 조선부문 매출액은 올해 7조원대로 감소할 전망이다.수주도 감소해 올해는 9월까지의 누계가 31억달러에 불과하다. 2009년부터의 누적수주가 35억달러, 즉 올 해 조선부문 매출액의 절반에 불과하다. 선가가 낮아 저가 수주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가가 상승해 수익성이 확보된다면 수주는 재개될 것이고, 조선부문 수주 모멘텀까지 확보된다면 전 부문에 걸친 주가 모멘텀이 완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주가는 올해 놀라운 복원력을 보였다. 17만2000원으로 출발해 지난 10일 종가 44만3500원 기준으로 2.5배 급등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양정동 애널리스트는 "조선업황이 바닥을 찍은 점과 내년도 자기자본이익률(ROE) 25%가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현대중공업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수주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내년에도 FPSO(부유식시추저장설비)를 필두로 LNG-FPSO 등 해양 생산설비가 발주를 주도하는 가운데 드릴쉽과 해양 설치선 등의 발주가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드릴쉽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2009~2010년 연간 2~3기 발주에서 2011년에는 최소 10기 이상의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 회복기조 아래 Transocean, Noble, Stena 등 세계 선두권 시추업체들이 발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시추선 평균 선령이 22년을 넘는 점과 지난 4월 시추사고에 따른 새로운 규제로 기당 작업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점도 발주측면에 긍정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조280억원의 영업이익과 89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7940억원, 순이익 6700억원 대비 큰 폭의 성장세다. 주가 역시 2만4450원으로 출발해 지난 10일 종가 기준 4만원으로 올라섰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조640억원의 영업이익과 84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6850억원과 순이익 5780억원에 비해 큰 폭의 성장세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도 1만7450원에서 3만5350원으로 두배 이상 뛰어올랐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이 독점해 온 LNG-FPS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최근 자회사 대우조선해양E&R이 제안한 'LNG-FPSO를 활용한 LNG 액화사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300만톤의 LNG를 액화, 수출하는 사업으로 대형 FPSO 건조를 포함해 총액 25억달러(2조9000억원)의 사업비(외신 추정 30억달러)가 투입될 전망이다.

◆ 내년도 주가전망 여전히 '청신호'..'G3에서 G2로'

조선 업황은 회복 중이나 그 수혜는 한국과 중국의 상위권 업체들에 집중될 전망이다. 한중일을 제외한 기타 국가들의 신조선 시장 점유율은 현재 제로 수준으로 수렴 중이고 일본의 점유율도 한 자리수(6%)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양 애널리스트는 "엔화 강세로 인한 수주부진 지속 가능성과 자국 발주 의존 심화로 인한 고객 다변화 실패 및 마케팅 역량 훼손, 숙련 엔지니어 은퇴 및 신규 인력 육성 부진으로 인한 경쟁력 퇴화 등으로 일본 조선업은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은 G3에서 G2로 시장 재편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주종목인 해양플랜트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조선주들의 긍정적 흐름이 점쳐지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해양 프로젝트 발주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연평균 유가가 80달러 대에 수렴하고 있고 내년 역시 글로벌 양적 완화 및 저금리 영향으로 유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추설비의 절반이 20년 이상된 노후설비라는 점에서 교체 수요 발생 가능성이 있고, 2011년 이후 인도(delivery) 물량이 크게 감소해 2012년부터 시추선 부족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한국이 과점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시장의 회복은 한국 조선업체의 주가에 가장 큰 촉매(catalyst)가 될 전망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는 "내년 1분기는 조선주 주가에 긍정적 모멘텀이 많다"며 "멕시코만 석유시추 금지가 해제돼 심해시추선 발주가 시작되고 있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발주도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양플랜트 수주 모멘텀은 대우조선해양보다 삼성중공업이 더 크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가격 메리트가 높아 기대수익률 면에서 삼성중공업을 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