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의 생살여탈권은 중국이 쥐고 있다. " 베이징에서 대북 무역을 하는 김세만 사장은 지금 북한 경제의 실상을 이 한마디로 설명했다. 북한의 무역총액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이 53%에 달한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북한이 경제 개발을 위해 필요로 하는 자본 기술 시스템 등 모든 것을 공급해줄 수 있는 곳은 중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한국 기업의 하청을 받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한 북한 업체가 최근 거래선을 모조리 중국으로 바꿨다"며 "한국의 대북사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일감이 줄어들자 중국 기업과 장기계약을 맺고 한국과 거래를 끊어버렸다"고 전했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북한은 당장 먹고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OTRA에 따르면 최근 북한 무산철광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철광석의 양이 두 배 가까이 늘어 하루 평균 2500t으로 증가했다. 중국에서 대북무역을 하는 박철상씨는 "북한에 가보면 대부분의 상품이 중국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북한은 원자재나 해산물을 주고 중국산 의류 등 의식주에 필요한 물건을 들여오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북한이 경제 개발에 나설수록 대중 의존도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다녀간 뒤 중국의 지린성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등 동북 3성엔 북한 경제참관단이 줄줄이 찾아오고 있다. 중국 기업 유치를 위한 투자설명회도 평양에서 열렸다. 북한은 중국에 파견한 무역일꾼을 젊은이들로 대거 교체,새로운 기술과 노하우 습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중국이 원유 공급과 식량 원조를 차단하거나 줄이는 등으로 지원을 중단한다면 북한은 6개월을 버티기 어렵다"며 "정상적인 무력거래뿐 아니라 밀수마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정도로 예속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