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주력 제품(DDR3 1Gb 기준) 가격이 1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제조사와 장기 거래선이 체결하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 0.97달러로 파악됐다고 21일 발표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1달러 붕괴의 상징성을 감안한 듯 월말 발표하던 가격 동향을 1주일가량 앞당겨 내놨다.

고정거래가격은 유통시장의 소규모 거래에 적용되는 현물가격과 달리 D램 가격을 대표하는 의미를 갖는다. 1달러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국내업체들의 생산 원가 수준이다.

가격이 대다수 D램 업체의 원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4분기 상당수 업체들이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선발사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 개당 생산원가를 각각 0.78달러와 1.09달러,후발업체인 엘피다와 마이크론은 각각 1.6~1.8달러,1.42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무엇보다 가격 하락 속도가 사상 유례없이 빠른 점을 걱정하고 있다. 1Gb D램 고정거래가는 지난 5월 2.72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22% 가까이 급락하는 등 4분기 들어서만 40%라는 기록적 하락세를 보였다. D램 가격이 한 분기 만에 40% 가까이 떨어진 것은 D램 산업이 출범한 후 처음이다.

국내 D램 제조사 관계자는 "4분기는 D램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여서 어느 정도 가격 약세를 예상했지만 하락 속도가 이렇게 빠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다만 가격하락에 대비해 모바일D램 등으로 제품군을 다변화해왔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보다는 실적 악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 하반기 PC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치는데다 이를 반전시킬 콘텐츠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DDR3 1Gb 제품 가격이 새해 1분기 0.8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짧게는 3개월,길게는 6개월가량 1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유례없는 D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업체들의 감산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엘피다가 지난달부터 감산에 들어가는 등 수익성 보전을 위한 후발업체들의 감산이 확산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원가 경쟁력에서 앞서고 모바일D램 등으로 상품을 다변화시킨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아직 감산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전분기와 비교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겠지만 감산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고 삼성전자 관계자도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새해 1분기께 D램 가격이 바닥을 찍고 2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반도체사업부장)은 지난 6일 한 행사에 참석, "내년엔 올해처럼 상고하저가 아니라 보통 패턴인 상저하고로 갈 것"이라며 "내년 2분기께 D램 가격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