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과서 뛰어넘기] (36. 끝)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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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의 새 화두, '고용없는 성장'
'경기 변동'과 '경제 성장'.
어떤 거시경제학의 교과서를 펼쳐보아도 맨 앞에 제시된 소개문에는 거시경제학의 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리도 이런 방향에 따라 그동안 여섯 번에 걸쳐 거시경제학의 탄생,경기변동,경제성장에 대한 글을 써왔다.
케인스로부터 시작된 거시경제학의 탄생,이후 이어진 학파 사이의 논쟁,그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라는 경기 안정화 정책의 양대 산맥을 다뤘다.
단기적 안정화 정책이 아닌 장기적 성장의 동인을 노동,자본,인적자본,총요소생산성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으며,지난주에는 경제성장의 비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거시경제를 다루는 마지막 주제로 '양극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양극화란 '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진다는 것'으로 국내적으로는 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계층의 소득 양극화가 문제시되고 있다.
경제성장의 측면에서 양극화의 다른 모습은 성장과 고용에서 나타난다.
즉 경제 성장은 지속되는데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다(이하 Lieberman & Hall 경제학 원론 인용).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우선 생산성을 정의해보자.
생산성이란 시간당 산출량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총산출량
생산성 = ---------
총노동시간
노동자 1명당 투입한 시간은 평균노동시간으로 다음과 같다.
총노동시간
평균노동시간 = ---------
총고용
마지막으로 인구 중에서 총고용의 비율을 EPR(Employment Population Ratio)이라고 하고 다음과 같이 나타내자.
총고용
ERP = ---------
총인구
이제 앞에서 설명한 식을 곱(생산성×평균노동시간×EPR×총인구)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생산성×평균노동시간×EPR×총인구=
총산출량 총노동시간 총고용
--------- X ---------- X ----------- X 총인구
총노동시간 총고용 총인구
이 식에서 같은 값을 약분하고 나면 생산성×평균노동시간×EPR×총인구=총산출량(GDP)인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총산출량은 다음과 같이 다시 정리할 수 있다.
총산출량=생산성×평균노동시간×총고용
곱으로 나타난 방정식은 %변화의 더하기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위의 식은 다시 아래와 같은 식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총산출량(실질GDP) 변화율=생산성 변화율 + 평균노동시간 변화율 + 총고용 변화율
미국의 경우 2001년 경기침체 이후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실질GDP가 급격히 증가하고 경제가 잠재산출량 수준을 향했다. 통상적이라면 그리고 앞에서 전개한 총공급 이론에 따르면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고용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2001년 이후 미국의 고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위 식을 이용하자. 당시 미국의 평균노동시간 변화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위 식은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된다.
총고용 변화율=실질GDP 변화율-생산성 변화율
만약 실질GDP가 크게 증가하고,생산성이 더 크게 증가하면 총고용의 변화율은 마이너스(-)가 된다.
실제로 2002년 미국의 실질GDP는 2.9% 성장했으며,생산성은 3.2% 성장했다.
고용은 어떻게 변했을까? 위 식에 따라 계산하면 0.3% 감소했다.
그 첫 번째 원인으로 투자의 감소를 들 수 있다.
투자가 늘어나면 자본이 확충되면서 고용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2002년 당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또한 1990년 지나치게 높은 투자 수준을 유지했으므로 자본 축적이 더뎌진 것도 원인이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 매우 높은 투자율을 기록하던 한국 경제는 1997년 이후 과거와 같은 높은 투자율을 기록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원인이 과거 투자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지나치게 높았던 것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 산출량에 비해 높은 생산성을 들 수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 비율을 높이면 생산을 줄이는 기간에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생산을 줄이는 기간에는 총노동시간은 변하지 않지만 총산출은 감소하고 동시에 노동 강도가 약해지면서 생산성(총산출량/총노동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나 정규직 비율을 줄이고 임시직이나 단기 근로자를 활용하면 고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가 나빠지면 이들을 해고하고,경기가 좋아지면 이들을 고용해 원하는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
2002년 미국의 경기회복 사정도 이와 유사하게 움직였다.
과거와 달리 유연한 노동시장을 활용해 정규직을 줄이고 임시직과 단기 근로자를 늘렸는데,이것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생산성 향상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단기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을 가져올 수는 있다.
특히 기업들이 경기가 완벽히 회복되었다는 자신감을 갖기 전까지 불안정한 고용을 유지한다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이론은 고용 없는 성장을 설명하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어쨌건 현실이 된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정책입안자,그리고 경제학자들에게 던져진 숙제가 되었다.
이 외에도 양극화와 관련된 세계적인 이슈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상수지 흑자로 대변되는 글로벌 임밸런스가 있다.
이는 꽤 오래된 화두로 해결할 과제가 되어 있다.
이 문제는 최근 환율전쟁으로 번졌으며 G20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과 글로벌 임밸런스라는 양극화 상황이 어쩌면 거시경제의 당면한 두 화두일 것 같다.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으로 보아 독자들도 오늘이 경제교과서 뛰어넘기의 마지막 회란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사실 오늘을 포함한 총 일곱 번의 설명으로 거시경제학을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하며,불충분하다.
거시경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시장을 포괄하는 일반균형적 시각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각종 변수의 상호 작용이 복잡하고,미치는 경로가 다양하다.
따라서 많은 가정이 도입되기 때문에 한 측면에서 보면 틀린 이야기가 다른 측면으로 보면 맞는 논리를 가진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실(fact)과 이론(theory)의 괴리가 여전히 큰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생입장에서 거시경제학이 공부하기 어려운 것이며,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이론을 설명하고 사례를 들기 매우 어렵다.
출제자 입장에서도 출제가 매우 까다로운 분야가 거시경제학의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에 치중하는 교육이나 문제 출제가 이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론을 도외시한 사실 설명은 논리적이지도 않고,교육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간단한 케인스적 모형을 도입해 총수요와 총공급 곡선을 설명하고 각종 정책들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부족한 필자들의 지식과 필력 때문에 많은 것을 전달하지 못해 아쉬운 면이 많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이제 경제학 뛰어넘기는 이것으로 마무리되겠지만,새로운 소재를 들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
어떤 거시경제학의 교과서를 펼쳐보아도 맨 앞에 제시된 소개문에는 거시경제학의 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리도 이런 방향에 따라 그동안 여섯 번에 걸쳐 거시경제학의 탄생,경기변동,경제성장에 대한 글을 써왔다.
케인스로부터 시작된 거시경제학의 탄생,이후 이어진 학파 사이의 논쟁,그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라는 경기 안정화 정책의 양대 산맥을 다뤘다.
단기적 안정화 정책이 아닌 장기적 성장의 동인을 노동,자본,인적자본,총요소생산성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으며,지난주에는 경제성장의 비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거시경제를 다루는 마지막 주제로 '양극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양극화란 '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진다는 것'으로 국내적으로는 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계층의 소득 양극화가 문제시되고 있다.
경제성장의 측면에서 양극화의 다른 모습은 성장과 고용에서 나타난다.
즉 경제 성장은 지속되는데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다(이하 Lieberman & Hall 경제학 원론 인용).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우선 생산성을 정의해보자.
생산성이란 시간당 산출량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총산출량
생산성 = ---------
총노동시간
노동자 1명당 투입한 시간은 평균노동시간으로 다음과 같다.
총노동시간
평균노동시간 = ---------
총고용
마지막으로 인구 중에서 총고용의 비율을 EPR(Employment Population Ratio)이라고 하고 다음과 같이 나타내자.
총고용
ERP = ---------
총인구
이제 앞에서 설명한 식을 곱(생산성×평균노동시간×EPR×총인구)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생산성×평균노동시간×EPR×총인구=
총산출량 총노동시간 총고용
--------- X ---------- X ----------- X 총인구
총노동시간 총고용 총인구
이 식에서 같은 값을 약분하고 나면 생산성×평균노동시간×EPR×총인구=총산출량(GDP)인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총산출량은 다음과 같이 다시 정리할 수 있다.
총산출량=생산성×평균노동시간×총고용
곱으로 나타난 방정식은 %변화의 더하기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위의 식은 다시 아래와 같은 식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총산출량(실질GDP) 변화율=생산성 변화율 + 평균노동시간 변화율 + 총고용 변화율
미국의 경우 2001년 경기침체 이후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실질GDP가 급격히 증가하고 경제가 잠재산출량 수준을 향했다. 통상적이라면 그리고 앞에서 전개한 총공급 이론에 따르면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고용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2001년 이후 미국의 고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위 식을 이용하자. 당시 미국의 평균노동시간 변화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위 식은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된다.
총고용 변화율=실질GDP 변화율-생산성 변화율
만약 실질GDP가 크게 증가하고,생산성이 더 크게 증가하면 총고용의 변화율은 마이너스(-)가 된다.
실제로 2002년 미국의 실질GDP는 2.9% 성장했으며,생산성은 3.2% 성장했다.
고용은 어떻게 변했을까? 위 식에 따라 계산하면 0.3% 감소했다.
그 첫 번째 원인으로 투자의 감소를 들 수 있다.
투자가 늘어나면 자본이 확충되면서 고용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2002년 당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또한 1990년 지나치게 높은 투자 수준을 유지했으므로 자본 축적이 더뎌진 것도 원인이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 매우 높은 투자율을 기록하던 한국 경제는 1997년 이후 과거와 같은 높은 투자율을 기록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원인이 과거 투자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지나치게 높았던 것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 산출량에 비해 높은 생산성을 들 수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 비율을 높이면 생산을 줄이는 기간에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생산을 줄이는 기간에는 총노동시간은 변하지 않지만 총산출은 감소하고 동시에 노동 강도가 약해지면서 생산성(총산출량/총노동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나 정규직 비율을 줄이고 임시직이나 단기 근로자를 활용하면 고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가 나빠지면 이들을 해고하고,경기가 좋아지면 이들을 고용해 원하는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
2002년 미국의 경기회복 사정도 이와 유사하게 움직였다.
과거와 달리 유연한 노동시장을 활용해 정규직을 줄이고 임시직과 단기 근로자를 늘렸는데,이것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생산성 향상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단기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을 가져올 수는 있다.
특히 기업들이 경기가 완벽히 회복되었다는 자신감을 갖기 전까지 불안정한 고용을 유지한다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이론은 고용 없는 성장을 설명하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어쨌건 현실이 된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정책입안자,그리고 경제학자들에게 던져진 숙제가 되었다.
이 외에도 양극화와 관련된 세계적인 이슈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상수지 흑자로 대변되는 글로벌 임밸런스가 있다.
이는 꽤 오래된 화두로 해결할 과제가 되어 있다.
이 문제는 최근 환율전쟁으로 번졌으며 G20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과 글로벌 임밸런스라는 양극화 상황이 어쩌면 거시경제의 당면한 두 화두일 것 같다.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으로 보아 독자들도 오늘이 경제교과서 뛰어넘기의 마지막 회란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사실 오늘을 포함한 총 일곱 번의 설명으로 거시경제학을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하며,불충분하다.
거시경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시장을 포괄하는 일반균형적 시각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각종 변수의 상호 작용이 복잡하고,미치는 경로가 다양하다.
따라서 많은 가정이 도입되기 때문에 한 측면에서 보면 틀린 이야기가 다른 측면으로 보면 맞는 논리를 가진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실(fact)과 이론(theory)의 괴리가 여전히 큰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생입장에서 거시경제학이 공부하기 어려운 것이며,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이론을 설명하고 사례를 들기 매우 어렵다.
출제자 입장에서도 출제가 매우 까다로운 분야가 거시경제학의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에 치중하는 교육이나 문제 출제가 이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론을 도외시한 사실 설명은 논리적이지도 않고,교육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간단한 케인스적 모형을 도입해 총수요와 총공급 곡선을 설명하고 각종 정책들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부족한 필자들의 지식과 필력 때문에 많은 것을 전달하지 못해 아쉬운 면이 많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이제 경제학 뛰어넘기는 이것으로 마무리되겠지만,새로운 소재를 들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