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자비 보다는 충실한 납세 통한 재분배 원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의 '기부 서약' 운동에 대해 프랑스 재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진보 성향 일간지인 라 리베라시옹은 27일 특집 기사를 통해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기부서약 동참 의사를 조사한 결과, 기부서약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명품 그룹인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PPR 창업주 프랑수아 피노, 볼로레 그룹의 뱅상 볼로레 CEO, 부이그 그룹의 마르탱 부이그 회장 등 재벌 10명에게 대면이나 서면으로 또는 홍보팀을 통해 "게이츠와 버핏 회장이 했던 것처럼 당신들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보냈다.

그러나 신문은 몇 차례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답변이 거의 오지 않았다면서 이 억만장자들은 대부분 침묵했으며 활동이 너무 많거나 부재중이라는 구실을 댔다고 전했다.

신문은 할인점 그룹인 오샹 프랑스의 르노 뮈예 사장과 그 아들 제라르 뮈예로부터 답변이 왔으나, 게이츠나 버핏과는 달리 재산을 형성했고 이익의 일정 부분과 주식을 직원들과 공유한다는 점을 내세우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로 억만장자 반열에서 밀려났던 '피말락' 금융그룹 창업주 마르크 라드레 드 라샤리에르는 "버핏도 게이츠도 나에게, 나아가 어느 유럽인에게도 (기부를) 접촉해오지 않았다"는 말로 답변을 피해갔다.

라 리베라시옹은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를 인용해 프랑스가 153개 조사대상 국가 중 91위로 미국과 캐나다, 스위스는 물론이고 스리랑카나 시에라리온에도 자선이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프랑스의 명망 있는 재벌들은 자손들을 위해 재산을 보전해두고 하나도 재분배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프랑스 재벌들의 이러한 상대적인 인색함이 별다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는 않다면서 프랑스 국민이 부자들에게 원하는 것은 자비가 아니라 세금을 충실히 내는 것이며 세금제도를 통한 재분배가 기부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대책으로 인식된다는 사회학자 모니크 팽송-샤르로의 말을 덧붙였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