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세를 보이는 일본 맥주시장에서 한국산 맥주가 '쌩쌩' 달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오비맥주가 일본에 수출한 맥주는 600만상자(500㎖?C20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380만상자)에 비해 58% 급증했다. 하이트맥주도 같은 기간 24% 늘어난 407만상자를 수출했다.

일본의 맥주 출하량이 지난 10개월간 471만㎘로 전년 동기보다 2.8% 감소한 가운데 한국산 맥주가 인기를 누린 셈이다. 일본 맥주 시장은 6년째 내리막길이다.

일본의 맥주 시장엔 '맥주''발포주''제3맥주' 등 3가지 제품이 있다. 원료인 맥아 비율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주세 탓이다. 맥아를 67% 이상 사용한 일반 맥주는 350㎖ 한 캔당 77엔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맥아 50% 미만에 소량의 주정을 섞은 제3맥주는 28엔에 불과하다.

낮은 주세율 때문에 2003년 출현한 제3맥주는 '저가'를 앞세워 급성장했고,올 들어 10월 말까지는 일본 맥주시장의 33%를 점유했다.

한국산 맥주의 인기 비결은 제3맥주 시장 공략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맥주의 제3맥주 시장 점유율은 2007년 1.9%였던 것이 올 들어 10월 말 5.8%까지 올라섰다. 350㎖ 한 캔이 평균 90엔대로 일반 맥주의 절반 수준인 데다 맛과 향은 비슷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 6월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인 이온은 오비맥주에서 수입한 자체상표(PB) 제3맥주 한 캔을 88엔에 내놓아 3주 만에 1000만캔을 판매하기도 했다.

수출량은 늘었지만 마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에 PB상품으로 납품하는 제3맥주 한 캔당 수출단가는 300~400원대다. 하이트맥주는 마진을 높이기 위해 작년부터 일본 유통업체의 PB가 아닌 자체상표 '프라임 드래프트'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