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본주의 경제는 지금까지 세 차례 격변을 겪었다. 처음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었다. 시장의 자율 조정 메커니즘으로 불황을 치유하자는 자유방임 철학이 무너졌다. 대신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케인스주의가 등장했다.

두 번째 변화는 1970년대 오일 쇼크와 함께 찾아왔다. 불황을 막기 위해 돈을 풀었지만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불황)만 심해졌다. 방만한 정부를 대신해 시장이 부활했다. 미국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영국에서는 마거릿 대처 총리가 변화를 주도했다.

세 번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세계 경제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졌다.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신흥시장국의 경기 호조로 불황의 터널에서는 빠져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대신할 새로운 표준인 '뉴 노멀(New Normal)'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세 번째 격변은 현재진행형이다. 금융의 방종을 어떻게 규제할지,자본 유출입은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규범이 논의되고 있다. 신뢰가 무너진 달러를 대신하는 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일자리를 내세운 보호무역주의 경향과 싸우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주요국의 통화 팽창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도 향후 10년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다행히 한국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새로운 10년을 좌우할 '프레임 워크'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가 출발점이었다. 올해 프랑스 G20 회의에서도 한국은 공동의장국 자격으로 논의에 참여한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규칙인 뉴 노멀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다. 지난해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6%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연합(EU) · 미국과의 FTA가 발효된다. 신묘년(辛卯年)은 더 넓은 시장으로 뛰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새로운 10년 동안 한국은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해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한다. 2만달러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던 과거 10년과는 달라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새로운 도전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다가오는 10년을 선진국 정착의 시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 하락을 당연시해서는 안 되고,성장률을 5%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신흥국 시장이 커지면서 전 세계 중산층이 팽창하고 있는 만큼 열린 세계를 상대로 적극적인 전략을 펴야 한다"며 "우물 안에서 복지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세계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승윤 경제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