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선진국들은 융합을 경제위기의 새로운 돌파구라며 더욱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8월 미국 혁신전략의 3대 중점 분야 중 융합기술을 '국가적 최우선 사항'이라며 집중 육성에 나섰다. 청정에너지기술 혁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화석연료로부터의 독립을 유도하며,첨단자동차 기술 개발을 지원해 전기자동차에서 바이오연료 자동차에 이르는 최첨단 자동차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의료 정보기술(IT) 개발 지원으로 의료 기술을 혁신하고,관련 신산업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며,개인교습을 대신할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과 특정 암세포만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스마트 암 치료에 집중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산업 전략이 융합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 회복에 절치부심하기는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다. 건강,정보통신,환경,에너지 5개 분야의 융합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바이오,나노와의 융합기술을 연구 · 개발하는 바이오-ICT 프로그램,마이크로-나노-바이오 융합시스템 프로그램 등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U의 '신(新)리스본 전략'도 따지고 보면 융합을 통한 경쟁력있는 지식경제 구현에 궁극적 목적이 있다.

일본은 10년 경기 침체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디플레 위기 극복책으로 산업 신창조에서 돌파구를 찾느라 한마디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노테크놀로지' '바이오 인포메틱스' '시스템 생물학' '나노 바이올로지' 등 신흥 · 융합 영역에 대한 연구 · 개발을 상승(相乘)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동성을 갖고 정확히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기동성을 강조한 것은 융합에 대한 대응 속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정책적 의지는 '2009년 경제산업정책중점'에서 융합기술과 융합산업 활용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으로 표출됐다.

이와 같은 미국 EU 일본의 국가적 융합 전략으로부터 세부적인 융합산업 테마들을 읽어낼 수 있다. 세 경제권의 융합산업을 그려보면 충돌 영역이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차세대 에너지와 연료전지,나노와 바이오산업,지능형 로봇 등에서는 한치의 양보없는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융합산업의 주도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